“백신 접종이 아닌 야외 구제역 바이러스에 감염된 가축들이 계속 확인되고 있어 올 겨울에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상황입니다.”
지난해 11월 29일 전국적인 구제역이 발생한 지 1년. ‘구제역과의 전쟁’에서 참패해 349만 마리의 가축을 살처분 했던 쓰라린 기억을 갖고 있는 농림수산검역검사본부의 박용호(56ㆍ사진) 본부장은 여전히 경계심이 높았다. 그도 그럴 것이 겨울에 온도가 낮으면 야외 구제역 바이러스가 더 오래 생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엔 백신접종이라는 ‘방패막이’를 치는데 상당한 노력을 경주한 만큼 작년처럼 맥없이 당하진 않겠다는 각오다. 그는 “구제역 발생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지만, 백신을 3차 접종까지 했기 때문에 전국적으로 확산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설사 구제역이 재발하더라도 ‘전면전’이 아니라 ‘국지전’이 될 것이라는 뜻이다.
실제 4월 12일 구제역 경보를 2단계(주의)로 하향 조정해 ‘휴전’ 상태에 들어간 이후 경북 영천의 양돈농가를 제외하곤 아직까지 구제역이 발생하지 않고 있다. 그간 17차례 의심신고 모두 음성으로 확인됐다. 농식품부와 검역본부는 지난달 6일부터 ‘가축방역 종합상황실’을 가동, 24시간 신고대응 체계를 유지하며 만일의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
물론 아직 안심하기엔 이르다. 지난달 31일 경북 포항 한우농가에서 첫 구제역 의심신고가 접수됐을 때는 ‘올 것이 왔나’하는 마음에 노심초사했다고 한다. “그날은 검사 결과가 궁금해 사무실에서 자리 깔고 누웠는데 잠이 안 오더군요. 첫 신고부터 양성으로 나오면 농민과 국민들이 얼마나 불안해 하겠어요. 다행히 아침에 음성으로 보고 받고 가슴을 쓸어 내렸습니다.”
다행히 이후 4건의 추가 신고도 모두 음성으로 확인됐다. 박 본부장은 “꾸준히 신고가 들어 오는 걸 보면 농가들의 경각심이 많이 높아진 것 같다”며 오히려 긍정적으로 해석했다.
구제역 예방을 위해선 백신 접종 및 소독 등 농가의 방역이 필수적이다. 그래도 걱정스러운 것은 돼지의 낮은 항체 형성률이다. 박 본부장은 “구제역 백신 접종 후 항체 형성률이 소는 98.7%로 높지만, 돼지는 70.2%에 불과해 신경이 쓰인다”며 “돼지의 항체 형성률을 높이려면 수의사들의 도움을 받아 귀 뒤 근육에 주사 바늘을 정확히 찔러야 한다”고 설명했다.
축산 농민들이 생활 습관을 바꾸는 것도 중요하다. 그는 “장화를 신더라도 집 밖 외출용, 집안용, 축사용 등으로 구분해 철저히 갈아 신기만 해도 구제역 발생 가능성을 대폭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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