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영향은 주부들의 장바구니, 가정의 식탁 위에서도 나타난다. 자동차나 의약품보다 오히려 일상적인 먹거리에서 소비자들은 먼저 FTA를 체감할 것이란 지적이다.
미국은 세계 최대의 농업국가. 그런 만큼 FTA 이후 미국산 식품들은 마트 진열대나, 가정 저녁식단을 대거 차지할 것이 확실하다.
특히 맹공세가 예상되는 먹거리는 육류. 미국산 쇠고기는 향후 15년간 40% 관세가 단계적으로 없어지고 돼지고기(냉동)는 25% 관세가 오는 2016년 1월 철폐된다. 관세가 살아있는 지금도 이미 미국산 쇠고기의 시장점유율은 37.7%, 돼지고기는 33.8%까지 올라선 상태인데, 가격ㆍ마케팅공세가 강화되면 점유율 상승은 불 보듯 뻔한 일. 여기에 쇠고기의 경우 앞으로 FTA가 체결될 호주산까지 가세하면, 돼지고기 역시 FTA 효과가 이미 가시화되고 있는 유럽산 유입이 더 늘어나면, 한우와 토종돼지고기의 설 땅은 더욱 비좁아지게 된다.
소비자들로선 가격 인하와 상품 선택폭이 넓어지는 확실한 이점이 있다. 하지만 농가들로선 힘겨운 싸움이 예상된다. 소비자와 생산자 이익이 정면으로 상충하게 되는 것이다.
저렴한 과일도 국내 시장을 적극 공략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이마트에서 판매되는 체리는 500g에 1만원 정도인데 24% 관세가 즉시 철폐되면 값은 8,000원 수준으로 낮아진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한ㆍEU FTA 이후 유럽산 삼겹살 판매액이 257% 늘고 노르웨이 고등어가 52% 늘어나는 등 유럽산 식품 매출이 급격히 증가했다"면서 "한미 FTA가 발효되면 미국산 육류 등 식품 판매가 상당히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모든 업종을 통틀어 한미FTA의 최대 수혜자는 미국의 농산물기업"이란 말도 나오고 있다. 곡물ㆍ사료시장 1위인 카길은 수입쇠고기 시장에서도 2위를 점유하고 있다. 수십만 건의 특허를 갖고 있는 종자로 곡물을 생산하고, 이 곡물로 가공식품이나 사료를 생산하며, 그 사료를 먹여 소과 돼지를 키우면서, 카길의 식품 전 분야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
그만큼 국내 농가는 힘들어진다. 최대 피해분야는 축산업으로 농촌경제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앞으로 15년 동안 예상 피해액은 7조2,993억원에 이른다. 양돈협회는 값싼 미국산 돼지고기가 밀려들면 전국 양돈 농가의 30%인 2,200개 농가가 폐업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나마 가공식품 분야는 FTA의 영향이 제한적인 편. 일각에선 가공식품 주원료인 콩과 밀의 관세가 철폐돼 원가 및 제품가격이 하락할 것이란 분석도 나오지만 업계 관계자는 "콩 밀 등은 이미 할당관세(무관세) 적용되고 있어 특별한 가격인하요인은 없다"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 이경주 연구원은 "우리가 미국에 수출하는 식품은 미미한 반면 미국이 수출하는 식품은 그 9배나 된다"면서 "미국의 농산물 수출업자야 말로 FTA의 가장 큰 수혜자"라고 말했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