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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 DNA' 몸에 밴 아름다운 청년…성균관대 새내기 손상혁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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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 DNA' 몸에 밴 아름다운 청년…성균관대 새내기 손상혁군

입력
2011.11.25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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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색 삼성 라이온즈 야구점퍼'와 '코 묻은 세뱃돈'으로 이웃을 돕던 꼬마가 속 깊은 어른으로 자랐다. 성균관대 스포츠과학과 1학년인 손상혁(19)군 얘기다. 손군은 열심히 공부를 해 받은 성적장학금으로 자신의 이름을 건 장학기금을 만들기로 했다. 지난 학기 과 수석을 차지해 받은 장학금 280만원은 이미 학교에 내놓았다. "알리고 싶어서 한 일이 아닌데… 인터뷰 안 하면 안 되겠느냐"는 손군을 24일 경기 수원시 성균관대 자연과학캠퍼스에서 만났다.

"내 옷장에는 겨울 점퍼가 두 세 벌이 있는데 왜 내 친구는 한 벌조차 없는 걸까?" 손군의 선행은 이런 궁금증에서 시작됐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손군은 같은 반 친구가 한겨울에 외투 하나 없이 오들오들 떠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그 친구는 늘 몸을 잔뜩 웅크린 채 다녔다. 손군은 아끼던 삼성 라이온즈 야구점퍼를 친구에게 벗어줬다. 점퍼를 입은 친구의 굽은 등이 펴지던 순간을 손군은 또렷이 기억한다. 아예 모아둔 세뱃돈과 돼지저금통을 뜯어 가정형편이 어려운 30명의 친구들에게 점퍼를 선물하기도 했다.

손군의 '선행 DNA'는 가족력에서 비롯됐다. 손군이 가장 존경하는 사람은 아버지. 손군의 가족은 2002년부터 매달 1만원씩을 집 근처 요양원의 난치병 학생에게 기부를 해왔다. 손군은 "아버지가 먼저 '어려운 친구들이 있다는데 우리가 돕는 게 어떻겠느냐'고 권유하셨다"며 "나중에 우리 도움을 받은 누나가 대학에 갔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너무 뿌듯했다"고 말했다. 고2 때에는 동생과 함께 모은 용돈 300만원을 독거노인을 돕는 데 써달라고 대구 동구청에 기부했다. 손군은 "칭찬에 인색한 아버지가 어머니께 '우리 아들이 속이 깊게 크고 있다'고 말하는 것을 우연히 들었다"고 했다.

지금 고민이 뭐냐는 질문에 "다가오는 기말고사"라는 답이 돌아왔다. 그제서야 대학 새내기 같았다. 손군은 "이번 학기에는 꼭 '올(all) A+' 성적으로 장학금을 타겠다"며 "나도 사람이라 공부하기 싫을 때도 많지만 나 자신과 한 약속"이라며 다부지게 말했다.

최근 손군은 걱정하던 병역 문제가 잘 풀려 한시름 놓았다. 내년 4월이면 카투사로 입대한다. '내게 왜 이런 운이 따라줬을까' 생각해 보았다는 손군은 "우리 가족들이 좋은 마음으로 선행을 한 게 한 부분인 것 같다. 베풀어야 운도 따르더라"며 웃었다.

권영은기자 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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