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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와 사람/ 괴짜 억만장자 리처드 브랜슨 英 버진그룹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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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와 사람/ 괴짜 억만장자 리처드 브랜슨 英 버진그룹 회장

입력
2011.11.25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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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누구나 새로운 기회를 가질 권리가 있다."

민간인 우주여행 사업을 최초로 진행하고, 인류가 가보지 못한 심해 탐사에 돈을 쏟아 붓는 괴짜 사업가. 아무도 가려 하지 않은 길을 개척하는 것으로 유명한 영국의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이 이번에는 전과자 채용에 나섰다.

브랜슨 회장은 입사지원서 항목에 범죄 관련 기록란을 없앴다. 전과자를 차별하지 않는다 해도 입사지원서에 전과 기록이 있는 사람은 면접 기회조차 얻기 쉽지 않은 현실 때문이다. 전세계 30여개국에서 200여개의 사업체를 운영하느라 눈코 뜰새 없이 바쁘지만 전과자의 채용을 늘리라고 채용담당자들을 직접 독려한다.

전과자라고 해서 허드렛일을 주는 것도 아니다. 브랜슨 회장은 "기대했던 것보다 좋은 자리를 얻은 사람은 스스로를 증명하기 위해 모든 것을 한다"고 말했다.

브랜슨 회장의 이런 경영 철학에는 그의 개인적 경험이 크게 작용했다. 난독증을 앓았던 그는 16세 때 학생잡지 '스튜던트'를 창간했다. 그는 누가 봐도 버거워 보이는 일에서 보란 듯이 스스로를 증명해냈고 이 잡지는 30년 후 버진이라는 대그룹의 모태가 됐다.

"훌륭한 사람들을 찾아 그들을 자유롭게 하라"는 게 그의 인재경영철학. 우연히 얻은 기회가 자신을 성공한 사업가로 성장시킨 것처럼 전과자들도 기회가 주어지면 얼마든 잠재 재능을 꽃피울 수 있다고 본다.

10대 때 베트남전 반전 운동에 참여했다 경찰에 쫓기는 신세가 됐던 경험도 전과자를 무조건 색안경을 끼고 봐서는 안 된다는 인식을 갖게 했다. 브랜슨 회장은 "내가 실수를 저질러 전과자가 되고 그 때문에 직장을 구할 수 없었다면 지금 버진 그룹에서 일하는 6만여명의 사람은 직업을 갖지 못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8월 영국을 휩쓸었던 폭동에 가담했던 젊은이들도 기꺼이 채용하겠다"고 덧붙였다.

브랜슨 회장이 전과자를 채용하기로 한 보다 직접적 계기는 따로 있다. 그는 2년 전 사회 복귀를 돕는 민간단체 코믹릴리스의 초청으로 호주 멜버른의 교도소에서 일일 체험을 했다. 그곳에서 "과거 돈 한푼 없이 교도소를 나선 뒤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한 채 지내다 다시 범죄를 저지르고 감옥으로 돌아왔다"는 한 전과자의 말을 듣고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범죄의 유혹에 빠지는 악순환 고리를 끊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버진 그룹이 많은 전과자를 채용한 것은 아니지만 지금까지의 결과는 나쁘지 않다. 재소 경험이 있는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연결해주는 공익단체 워킹찬스에 따르면 버진 그룹을 포함, 지난 4년 동안 기업에 채용된 여성 전과자 173명의 재범률은 5%로 나타났다. 일반 출소자의 3분의 2가 2년 이내에 감옥으로 돌아가는 것과 비교하면 상당한 성과다.

회사를 알리기 위해 화장하고 웨딩드레스를 입고, 인도 뭄바이 빌딩 꼭대기에서 뛰어내리는 등 그간의 기행 때문에 브랜스 회장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은 여전히 많다. 전과자 채용도 기업 홍보를 위한 쇼가 아니냐는 의심을 가질만하다.

하지만 브랜슨 회장은 생각이 다르다. 그는 "이윤을 최대화하는 것이 더 이상 기업의 목표는 아니다"고 단언한다. "자본주의는 사람들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돕기 위한 제도일 뿐"이라며 "기업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사람과 지구를 돌보는 일"이라고 일간 가디언에 말했다.

브랜슨 회장의 기행을 기억하는 이들 중 그가 2008년 유엔에 의해 올해의 시민으로 선정됐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환경문제 해결에 앞장선 공로 덕인데, 그는 2006년 향후 10년간 버진항공과 버진철도가 벌어들이는 순이익 전액을 지구온난화를 해결하는 데 쓰기로 약속했다. 그의 행동을 홍보를 위한 쇼로 볼 수만 없는 이유다.

그는 버진 그룹의 전과자 고용 비율을 수년 내 전체 직원의 10% 수준으로 높일 계획이다. 최근에는 전과자 채용문제를 사회 캠페인으로 확산하는데도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달에는 의류회사 마크앤스펜서의 마크 볼랜드 최고경영자 등 7명의 기업인들과 함께 더 많은 기업이 전과자 채용에 나설 것을 호소하는 기고문을 신문에 실었다.

브랜슨 회장은 "평생 얼마를 벌었느냐로 기억되는 사람은 없다. 뭔가 특별한 것을 창조했는지, 다른 사람의 인생에 진정한 변화를 일으켰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동현기자 na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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