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테네시주 내슈빌에서 조금은 특별한 서점이 16일 문을 열었다. 서점 주인은 <벨 칸토> 라는 소설로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진 베스트셀러 작가인 앤 패쳇이다. 그는 서점을 열던 날 "처음 학교에 등교하던 날처럼 가슴이 떨린다"고 미 공영라디오방송(NPR)에 말했다. 벨>
온라인 서점이 시대적 조류가 되면서 오프라인 서점이 추억으로 밀려나는 건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인근 20여개 대학을 중심으로 한 아카데믹한 분위기 때문에 '미국 남부의 아테네'로 불리는 내슈빌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마지막으로 남아있던 서점이 미국 2위의 서점 그룹 보더스가 운영하는 곳이어서 그나마 오래 버텼지만, 모회사가 9월 파산하면서 최근 문을 닫고 말았다. 패쳇도 인터넷 서점인 아마존에서 팔리는 자신의 소설로 수입의 대부분을 올린다. 하지만 그는 "책방 없는 도시에 살고 싶지 않다"며 자신의 수입을 서점에 쏟아 붓기로 했다. "좋아하는 게 있다면 그것을 지킬 책임도 있다"는 생각에서다.
서점은 232㎡(약70평) 정도로 대형서점에 비할 바가 못 된다. 패쳇은 "성냥갑처럼 작지만 예전의 책방이 이랬다"며 "어린 시절 찾곤 했던 서점으로 돌아온 것 같아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패쳇은 책방에 추억을 담았지만 그것을 밑천으로 장사할 생각은 없다. 대신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책방 주인처럼 시간을 들여 좋은 책을 전시하고, 찾아 오는 손님과 많은 대화를 하며 관계를 쌓아갈 생각이다. 그는 "대형서점에 가도 읽을 만한 책을 한권도 찾지 못할 때가 있지만 훌륭한 주인이 있는 서점에서는 읽고 싶어 못 견딜 것 같은 책을 다섯권이나 들고 나오게 된다"며 "이것이 내가 하려는 일"이라고 말했다.
서점이 지역 문화의 중심이자 공동체의 사랑방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패쳇만은 아니다. 뉴욕주 이타카에서는 주민들이 버펄로스트리트라는 서점을 지키기 위해 25만달러 이상을 모아 투자했고 뉴햄프셔주 포츠머스에서는 리버런 서점이 이달 초 문 닫을 위기에 몰리자 150명이 모여 책방 살리기 운동에 나섰다.
아마존과의 경쟁이 계란으로 바위치기라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몇몇 서점들은 작지 않은 성과를 내고 있다. 2009년 뉴욕시 브루클린에서 문을 연 그린라이트 서점은 첫해 1만달러 이상의 매출을 기록했다. 위스콘신주 밀워키의 보스웰 출판사는 2년 전 서점을 냈는데 지금까지 흑자를 이어가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이들 서점이 아주 오래된 방식으로 성공을 거두고 있다"며 "주인이 사려 깊게 책을 선택하고 서점을 찾는 사람들과 친밀감을 유지하면서 사교 모임과 같은 이벤트를 여는 것 등이 성공의 이유"라고 분석했다.
이동현기자 na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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