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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과 사람/ 앤디 워홀 그림 소유권 싸고 얽히고 설킨 소송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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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과 사람/ 앤디 워홀 그림 소유권 싸고 얽히고 설킨 소송전

입력
2011.11.25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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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서울중앙지법 민사법정. 고급 빌라 주택 시행사의 전 대표이자, 가수 최성수씨의 부인인 박모씨가 법정에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해 11월 국내 유명 화랑인 서미갤러리 홍송원 대표와 오리온그룹 사장인 조모씨를 상대로 그림 반환 소송을 제기한 이후 처음이었다. 박씨는 이 자리에서 "조씨에게 잠시 맡아 달라고 했는데, 그림을 홍 대표에게 넘겼다"며 "그림을 빨리 돌려달라"고 주장했다. 그는 "내 그림이 틀림없다고 생각해 그 동안 재판에 나오지도 않았을 뿐, 평생 간직하고 싶은 그림"이라고 했다. 박씨는 그간 몇 차례 열린 재판에 변호인만 출석시키다 이번에 처음 나왔다.

수난의 명작 '플라워'

박씨가 간절히 찾고 있는 그림은 '팝 아트의 선구자' 앤디 워홀의 '플라워'. 앤디 워홀이 1965년 실크스크린 기법을 사용해 그린 판화 작품으로 가로ㆍ세로 각 20.3㎝인 엽서 크기의 조그마한 그림이다. '플라워'의 작품가는 20억~30억원대(160만달러)라는 추정도 있지만 박씨는 법정에서 "서미갤러리를 통해 2억 5,000만원에 샀고, 보관 상태가 안 좋아 지금은 가격이 그보다 낮게 형성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플라워'는 왜 박씨의 손을 떠나 조씨에게 넘어가게 된 것일까. 박씨는 이에 대해 "이사를 하면서, 그림이 상할까 걱정이 돼 전문가에게 맡긴 것"이라고 했다. 오리온그룹 사장인 조씨는 그림에 조예가 깊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현재 오리온그룹 비자금 사건에 연루돼 실형을 선고 받고 복역 중이다.

박씨가 개인적인 사정으로 2008년 당시 8개월 동안 7차례나 이사를 다녔다. 이 과정에서 소유했던 그림 모두를 갤러리 등으로 옮겨 보관했던 것. 실제로 박씨는 13억원 상당의 데미안 허스트 작품 '나비' 시리즈 두 점과 '다트', 도날드 저드의 '무제' 등 80억원 상당의 미술품 6점을 소유하고 있다. 큰 그림은 H갤러리에 맡겼고, 가장 작은 플라워는 조씨에게 보관을 의뢰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조씨는 "빌려준 돈에 대한 담보로 플라워를 받은 것"이라며 박씨와는 다른 소리를 하고 있다. 박씨가 부동산 투자 과정에 조씨와 서미갤러리 홍 대표 등에 135억원을 빌렸고, 이 중 115억원을 갚았지만 나머지 20억원을 갚지 않아 받은 담보라는 게 조씨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박씨는 "조씨 주장대로 담보라면 내가 지금이라도 20억원을 주면 되는 것 아니냐"며 "조씨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고 항변했다.

박씨는 조씨에게 맡겼다고 말했지만 현재 '플라워'의 소재 또한 소유권만큼이나 불분명한 상황이다. 오리온그룹 비자금 사건 재판 당시 조씨는 서미갤러리의 홍 대표에게 그림을 맡겼다고 진술한 반면 홍 대표는 "나한테 있지 않으며 조씨에게 물어봐야 한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박씨가 그림반환소송에 조씨뿐만 아니라 홍 대표까지 피고로 건 이유이기도 하다.

'플라워'소유권 분쟁에 끼어든 인순이

'플라워'의 소유권을 두고 박씨와 조씨, 홍 대표간 법정 공방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소유권을 주장하는 또 다른 이가 등장했다. 지난 17일 가수 인순이가 "'플라워'의 소유권은 나에게 있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인순이는 이날 가수 최성수씨 부부가 앤디 워홀의 작품 '재키'와 '플라워'를 자신에게 주기로 했는데 이를 지키지 않았다며 최씨 부부를 사기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최씨 부부가 서울 동작구의 고급 빌라 '흑석 마크힐스'를 짓는 데 자신이 50억원을 투자했고, 사업이 여의치 않자 2009년 자신에게 현금 5억원과 그림으로 변제하겠다고 약속을 했다는 게 인순이의 주장. '재키'는 현재 30억원 정도에 가격이 형성이 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박씨는 "원금을 다 갚았다"고 반발했다. 박씨가 인순이와 약속을 할 당시 가지고 있었다는 그림 중에 '재키'는 없었다. 결국 박씨와 조씨 사이에 벌어지고 있는 '플라워'의 소유권 분쟁에 인순이까지 합세한 셈이다.

플라워의 소유는 결국 누구

박씨는 조씨에게 그림을 '보관'하면서 보증서 작성을 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일반적으로 상류층의 미술품 거래에는 매매 당시 계약서를 따로 작성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뷰잉(viewingㆍ일정 기간 동안 설치하고 감상한 후에 구매 최종 결정)'이 관행적으로 이뤄지고 있고, 개인적 인간관계 특성상 요구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박씨는 "그림을 맡길 당시 조씨에게 내가 (보증서 같은) 이런저런 걸 말할 위치가 아니었다"고 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박씨와 조씨, 홍씨간의 소유권 분쟁은 다음달 8일 변론을 종결하고 곧 누구의 말이 진실인지 결판이 날 예정이다. 검찰 역시 인순이의 고소에 대해 수玲?나섰다. 얽히고 설킨 소송의 중심에 서 있는 '플라워'사건의 결말이 어떻게 날지 관심이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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