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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몸, 태곳적부터의 이모티콘' 몸의 인문학…자녀들은 행복하게 크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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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몸, 태곳적부터의 이모티콘' 몸의 인문학…자녀들은 행복하게 크고 있나요

입력
2011.11.25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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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태곳적부터의 이모티콘/이유명호 등 지음/궁리 발행ㆍ328쪽ㆍ1만3,000원

서울 통인동의 '길담서원'은 특이한 책방이다. 인문학도서를 주로 파는 이곳은 독서모임, 미술전시, 음악회 등 다채로운 인문ㆍ예술 행사가 열린다. 청소년과 어른을 대상으로 한 인문학 강좌도 자주 열려서 서점이라기보다는 문화공간으로 자리잡았다.

이 책은 길담서원에서 몸을 주제로 연 청소년 인문학교실의 강의 내용과 수강생들의 후기를 엮은 것이다. 한의사 이유명호씨, 물리학자 장회익씨, 여성학자 변혜정씨 등 연구와 현장경험을 겸비한 전문가들이 강사로 나섰다.

꽁지머리 한의사 이유명호씨는 여성의 몸에 대해 이야기한다. 여성이 월경을 하고 남자보다 지방이 많은 이유는 여성이 아기를 길러 낳는 몸이기 때문이다. "저희 어머니가 올해 80세가 되셨어요. 저는 지금도 어머니가 싸주신 도시락을 들고 출근해요. 엄마 밥을 이렇게 오래 먹는 마마걸이 저예요. 우리 주위에 많아요. 어떤 여자가 일을 하려면 그 여자를 뒷받침하는 또 다른 여성 조직이 없으면 힘들어요. 아들들은 안 그런가요? 이 아들이 크는데 엄마가 뒷바라지를 해야 크지요. 그러니까 전 국민이 친정엄마나 다른 여성을 배후세력으로 가지고 있는 거예요."

여성학자 변혜정씨는 10대들의 성을 말한다. "남자들은 왜 야동을 보나" "10대는 성관계를 하면 안되나" "늑대같은 남자는 많은데 늑대같은 여자는 왜 없나" 등 청소년들의 질문을 받고 이야기를 나눈다. 독문학자 안성찬씨는 헤르만 헤세의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를 중심으로 인간이 사회와 관계 맺는 법을 알려준다. 헤세의 작품과 삶을 통해 영혼과 육체, 이성과 감성을 조화롭게 돌보는 전인교육, 인문학 교육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온생명'이라는 새로운 생명 사상을 전파한 물리학자 장회익씨는 공기, 태양, 동식물까지 '나의 몸'이라고 여기는 자신의 깨달음이 어떻게 완성되었는지 학문의 여정을 소개한다. 극단 '달리는몸짓공장'의 대표 달가는 몸 쓸 일이 거의 없는 청소년들과 함께 몸짓 표현을 직접 해보는 시간을 갖는다.

강연자들은 전공 분야에 대한 지식을 풀어 놓으며 청소년기에는 '공부하는 몸'도 중요하지만, 창의적이고 자율적으로 행동하는 몸을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참석한 청소년들의 질문과 의견을 섞어 읽는 맛을 더했다.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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