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아프리카와 중동을 휩쓴 '아랍의 봄'민주화가 불안하고 스산한 실상을 드러냈다. 지난 겨울 알제리 튀니지 이집트 리비아 모로코 등을 차례로 휩쓴 민중 봉기는 튀니지 이집트의 독재 정권을 허물었다. 이어 리비아의 카다피 독재가 서구의 무력 개입으로 덧없이 사라졌다. 그러나 지금 아랍에는 민주와 자유의 훈풍 대신, 분노한 민중의 함성과 총소리가 요란하다. 세계가 지레 찬탄한'아랍의 봄'은 아직 멀다.
그나마 알제리와 튀니지는 힘겹게 체제전환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무바라크 30년 독재를 무너뜨린 이집트는 과도 군사정권과 민중세력이 유혈 충돌하고 있다. 예멘의 살레 대통령은 반정부 시위와 주변국의 압박에 몰려 권력 이양을 약속했으나 33년 독재를 포기할지 의심스럽다. 아사드 대통령의 40년 세습독재가 버틴 시리아는 유혈시위와 무장 봉기, 내전으로 치달은 리비아의 전철을 밟을 조짐이다.
민주주의를 이내 꽃 피울 듯하던'아랍의 봄'이 혼돈 상태인 것은 역사 발전의 과정일 수 있다. 근대적 시민사회와 정당 등 민주주의 기반이 취약한 근본적 제약도 있다. 그러나 안팎의 성급한 찬양에 쉽게 도취해 혁명을 성취한 것으로 믿은 민중의 어리석음을 지나칠 수 없다.
무바라크 이전부터 체제 버팀목으로 권력을 누린 군부는 독재가 기울자 "군과 민중은 하나"라며 스스로 국정을 장악했다. 그 실체는 급격한 현상 변경을 꺼리는 외세와 손잡은 쿠데타였고, 군부는 민중의 환상을 이용해 지배체제와 기득권을 지켰다. 무바라크 단죄는 미루면서 반정부세력을 탄압했고, 개혁은 진전 없이 실업 빈곤 부패는 여전한 형편이다. 군부는 그렇게 혁명을 탈취했다. 최근의 유혈 사태는 제2 혁명이 아니라, 좌절한 혁명의 속편이다. 그런 만큼 앞길은 험난할 것이다.
뒤늦게 실상을 드러낸 '아랍의 봄'은 폭력과 무력, 외세에 기댄 혁명은 흔히 민중의 열망을 배신하는 '반혁명'이라는 교훈을 일깨운다. 서구가 리비아에 이어 시리아 사태에 개입하려는 의도도 그리 헤아릴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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