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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네 탓뿐일까

입력
2011.11.25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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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안드레 비야스 보아스(34) 첼시 감독의 거취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프로 선수는커녕 필드 경험이 전무한 보아스 감독은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이론에 해박했던 보아스 감독은 남들이 선수로서 한창 꿈을 키울 나이인 17세의 나이에 지도자 자격증을 따내며 본격적인 감독 수업에 나섰다.

2003년부터는 조제 무리뉴(현 레알 마드리드) 감독과 함께 첼시에서 신화를 합작했다. 2009년 무리뉴의 그늘을 벗어나 홀로서기를 선택한 보아스 감독은 지난해 고향 FC 포르투 감독의 지휘봉을 잡았다. 포르투를 맡은 보아스 감독은 무패 기록(27승3무)으로 리그 우승을 차지한 데 이어 2010~11 유로파리그에서도 정상에 올랐다. 그는 유럽 클럽대항전에서 우승을 차지한 최연소 감독(만 32세7개월)으로 역사에 남게 됐다.

보아스 감독은 포르투에 1,500만유로의 위약금까지 물어주며 지난 시즌 무관에 그친 첼시의 구원 투수로 명문 구단 재건이라는 중책을 맡았다. 그러나 리그의 3분의 1 정도를 소화했을 뿐이지만 첼시는 승점 22점(7승1무4패)으로 맨체스터 시티(승점 34)에 크게 뒤져 우승은 물 건너 간 상황이다.

2003년 아브라모비치가 구단을 인수한 후 최악의 성적을 보이자 보아스 감독에 대한 경질설이 솔솔 흘러나오고 있다. 보아스 감독 스스로도 "해고에 대한 논의가 나올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인정할 정도다. 보아스 감독의 경질설이 나돌자 소속 선수인 페트르 체흐는 "팀 성적 부진은 감독 탓이 아니다. 감독은 경기장에서 뛰지 않는다. 그라운드에서 뛰는 선수들이 잘못해서 지는 것"이라고 감독을 옹호하고 나섰다. 그렇다고 성적 부진에 대한 보아스 감독의 책임이 면책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서로 '내 탓이오'라고 주장하는 모습이 보기에 나쁘지 만은 않다.

스포츠 팀을 이끄는 감독은 사실상 무한책임이다. 감독은 선수들의 컨디션까지도 관리해야 하는 등 전력을극대화시켜야 하는 책임이 있다. 지난 15일 조광래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레바논과의 2014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예선 5차전에서 1대 2로 패했다. 한국 축구가 중동 원정에 약한 징크스가 있다고 하더라도 실망스러운 결과였다.

문제는 모든 책임을 떠안아야 할 감독이 선수 탓으로 돌리려는 데 있다. "선수가 가장 중요하다. 주전급 선수가 들어왔을 때와 그렇지 않을 때의 차이가 너무 크다"고 패인을 분석했다. 축구는 11명이 하는 경기지만 엔트리는 23명이다.

박주영과 기성용의 결장으로 전력 누수는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언제까지 한국축구가 유럽무대에서 뛰는 특정 선수들에게만 의존할 것인가. 감독의 전술에 선수들이 무조건 능력을 맞춰야 하는 현재의 시스템이라면 미래가 없다. 감독이라면 차선책도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핵심 선수가 빠졌다고 주전 공백 타령을 하려면 마땅히 감독을 그만 둬야 한다. 주전과 백업 멤버의 차이가 크다면 격차를 줄여야 하는 것도 감독의 역할이다. 감독 자신이 23명의 선수를 뽑아놓고 선수들이 자신의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강변하면 기량이라는 것이 하루 아침에 향상되는 되는 것도 아니고 무책임한 논리에 지나지 않는다. 부족한 자원으로도 최선의 결과를 낼 수 있게 만들어야 진정한 감독이다.

박주영 기성용이 합류한 대표팀이 패한다면 그때는 무슨 변명을 할 것인가. 먼저 선수들을 탓하기 전에 감독 자신의 과오는 없었는지 돌아보는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자세가 필요한 때다.

여동은 스포츠부장 deyu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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