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컴 투 뉴스비즈니스/ 요리스 루옌데이크 지음ㆍ김병화 옮김/ 어크로스 발행ㆍ344쪽ㆍ1만4000원
많은 이들에게 중동(中東)이라는 단어는 대립과 갈등의 동의어다. 대개 서구 미디어의 창을 통해 이 지역을 바라보는 까닭이다. 저자의 시각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대학에서 사회학과 더불어 아랍어를 공부하고, 이집트에 머물렀던 경험을 책으로 펴냈다는 이유로 중동 특파원 생활을 시작하기 전까지는.
아랍에 조금 특별한 관심을 가졌던 평범한 네덜란드인이었던 저자는 1998년부터 2003년까지 중동 소식을 전하는 TV와 신문 기자로 활약했다. <웰컴 투 뉴스비즈니스> 는 하루아침에 뉴스 소비자에서 생산자가 된 저자가 겪은 저널리즘의 왜곡 현상과 미디어 프레임 바깥의 온전한 아랍의 모습을 알리는 책이다. 웰컴>
저자는 우선 초보 저널리스트에서 제2차 인티파다와 9ㆍ11테러 등 굵직한 이슈를 좇는 당당한 기자로 성장하면서 심층적이고 본질적인 보도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경험했다고 고백한다.
그는 기자 생활을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미디어의 세계가 쇼비즈니스 못지않게 경쟁이 치열함을 자각한다. 따라서 통신사 속보와 인터넷에 의존해 뉴스가 아닌 '뉴스거리'를 찾는 저널리스트의 삶에 이내 익숙해지고, 자연스럽게 아랍 세계에서 겪은 긍정적인 경험은 기사에서 다루지 않게 됐다고 설명한다. 이로써 아랍 세계를 이국적이고 나쁘고 위험한 곳으로 그리는 데 일조했다는 이야기다.
그는 또 헤즈볼라의 사무총장인 하산 나스랄라와의 인터뷰 사례를 들어 저널리즘이 마치 연극 같다고도 말한다. 공보부를 통해 연락을 취해 일정을 잡고 예측 가능한 대화록이 완비된 연극을 진행하는 행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저자는 아랍어를 배우는 일에도 소홀하고 기사거리가 안 되는 평범한 사람들, 즉 진짜 아랍인의 삶 속으로 뛰어들지 않는 서방 언론의 한계를 지적한다. 예컨대 기아에 찌든 수단 사람들도 저자가 밝은 목소리로 인사를 건네면 수줍게 웃고, 히잡을 쓴 여성들은 백인 남자의 외모를 놓고 아랍어로 수다를 떤다고 전한다.
중동 지역에서의 경험을 다루지만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의 분쟁에서 누가 옳고 그른지 설명하는 책은 아니다. 저자는 "중동 문제 같은 주요 이슈에 관해 뭔가 의미있는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보여주고 싶다"며 저널리즘의 성격을 띠는 책의 한계도 함께 밝히고 있다.
통신사 의존도가 높고, 뉴스보다는 뉴스거리에 주목하는 것 등 저자가 경험한 저널리즘의 문제 혹은 한계는 한국이라고 다르지 않다. 언론의 현실을 새삼 돌아보게 한다.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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