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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부채, 그 첫 5000년' 인류는 늘 빚에 시달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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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부채, 그 첫 5000년' 인류는 늘 빚에 시달려왔다

입력
2011.11.25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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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 그 첫 5000년/데이비드 그레이버 지음ㆍ정명진 옮김/ 부글 발행ㆍ700쪽ㆍ2만 5000원

미국의 재정적자, 그리스의 파산 위기로 흔들리는 유로존, 전 세계적인 경제 불황…. 지금 전 세계가 고민중인 이 문제들의 뿌리는 빚이다. 부채, 즉 빚의 굴레가 지구를 옥죄는 형국이다. 국제통화기금(IMF)과 거래한 가난한 나라들이 IMF가 강요하는 긴축 때문에 얼마나 비싼 대가를 치르고 있는지는 한국도 직접 경험해서 잘 아는 바이다.

도대체 빚이란 무엇인가. 누가 누구에게 무엇을 빚졌단 말인가. 빚은 반드시 갚아야 하는가. 미국인 인류학자 데이비드 그레이버(영국 런던대 골드스미스 교수)의 책 <부채, 그 첫 5,000년> 는 이같은 근본적인 질문들에서 출발한다. 빚의 본질과 힘을 정확히 알아야 오늘의 경제 위기를 제대로 볼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이 책은 “인류의 역사는 곧 부채의 역사”라는 관점에서 경제사를 서술한다.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 갈등의 역사에 초점을 맞춘다. 여기서 부채는 ‘원금에 이자 합쳐서 얼마’라고 정확히 계산되는 금액뿐 아니라 누군가에게 신세를 졌을 때 따라붙는 도덕적 의무까지 포괄하는 개념이다.

그는 인류 초기의 부채는 호의나 존경, 감사, 선물 등의 행위에 관련된 것으로서 공동체의 유대를 강화하는 힘이었다고 말한다. 그러던 빚이 삶을 파괴하는 폭력으로 변하는 과정을 추적하면서, 그는 분노를 감추지 않는다. 책의 마지막 장 맨 끝에 최빈국 부채 탕감론을 제안하는 것도 그래서다.

인류학자로서 저자는 경제학이 말하는 경제사를 거꾸로 다시 쓴다. 인류가 물물교환을 하다가 화폐를 쓰고, 거기서 다시 신용경제로 넘어갔다고 보는 경제학의 설명과는 정반대인 신용경제-화폐-물물교환의 순서로 파악한다. 그 근거로 많은 인류학적 자료를 동원해 빚과 돈, 경제에 대한 오늘날의 통념에 의문을 제기한다. 색다른 시각과 예리한 비판의식을 바탕으로 쓰여진 책이다. 저자가 구사하는 신랄한 어조와 냉철한 분석, 풍부한 자료를 따라잡으려면 정독해야 한다.

오미환 선임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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