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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 우리는 언제 모욕을 느끼는가

입력
2011.11.25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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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욕죄 혹은 집단모욕죄란 죄명이 요즘 관심을 모으고 있다. 개그맨 최효종씨가 한 개그 프로그램에서 이런 개그를 했다고 한다. "국회의원 되기 어렵지 않아요. 국회의원이 되고 싶으면 여당 수뇌부와 친해져서 집권 여당의 공천을 받아 여당의 텃밭에서 출마하면 돼요. 선거 유세 때 평소에 잘 안 가던 시장을 돌아다니면서 할머니들과 악수만 해주면 되고요. 평소 먹지 않았던 국밥을 먹으면 돼요…." 강용석 의원은 이 말을 이유로 최효종이 국회의원을 집단으로 모욕했다며 고소했고, 서울 영등포경찰서에서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강 의원이 집단모욕죄라는 혐의로 최씨를 고소한 데는 다분히 의도가 있어 보인다. 강의원은 한동안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여성 아나운서 비하 발언으로 고소돼 그 자신이 집단모욕죄로 1, 2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그는 한 개그맨의 발언을 빌미로 자신에 대한 집단모욕죄 유죄 판결에 항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강 의원의 최씨 고소는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한마디로 개그맨이 웃자고 한 말에 국회의원이 죽자고 달려드는 꼴이라는 비판이다.

모욕죄와 표현의 자유

최씨의 표현에 모욕을 느꼈을 대한민국 국회의원이 얼마나 있을지부터가 의문이다. 강 의원의 동료 의원들은 강 의원의 고소를 '국회 몸싸움 이상으로 (국회가) 타격을 받는 악재'라고 보거나, 거꾸로 최씨의 개그가 재미있다며 힘내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나아가 최씨의 말을 대한민국 국회의원에 대한 집단모욕이라고 느낄 국민들이 얼마나 될까. 최씨는 풍자 섞인 개그로 이런 말을 했지만 오히려 그의 말에서 진실을 보는 국민들이 훨씬 많을 것 같다. 최씨의 말을 듣는 사람들이 가지는 공감이나, 그의 개그에 웃음을 터뜨리며 느끼는 카타르시스는 진실의 확인에 이어지는 이차적 반응인 것이다.

기억에 한국 정치판에 대한 풍자가 형식적으로라도 허용된 것은 겨우 1980년대 말이다. 국민들이 6월항쟁으로 쟁취한 6ㆍ29선언 이후, 직선제로 선출된 노태우 대통령 당선자는 당시 대국민 유화 제스처의 하나로 "나를 코미디의 소재로 삼아도 좋다"는 발언을 했다. 거꾸로 말하면 그때까지만 해도 한국은 대통령이 코미디 소재도 못될 정도로 권위주의적인 군사독재에 짓눌려 있던 '웃기는' 나라였던 것이다. 국내에서 시사 코미디 혹은 정치 풍자 개그가 등장한 것은 그때부터였다. 최씨는 강 의원이 자신을 고소한 후 녹화된 개그프로그램에서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국민 여러분이 더는 하지 말라면 안 하겠지만, 특정 인물이 하지 말라면 끝까지 시사 개그를 할 것입니다." 세상 달라진 것이다.

모욕죄 혹은 집단모욕죄라는 것이 이번 경우처럼 국민의 카타르시스까지 억압함으로써 권력에 대한 비판을 막는 것에 동원될 위험성을 우려, 법조계에서는 모욕죄를 위헌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모욕이라는 것은 타인에 대한 경멸적인 감정의 표현일 뿐이며, 그 표현으로 인한 명백하고도 현존하는 위협이 없는데도 그 자체를 법으로 규제하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것이다.

강 의원 고소 취하해야

하지만 이렇게 법리적으로 따지면 한없이 어려워진다. 간단히 말해 법이라는 것을 빌려서 상대방의 입을 막아보겠다는 생각 자체가 무서운 것이다. "나는 당신의 말에는 찬성하지 않지만, 당신이 그 말을 할 수 있는 권리를 지키기 위해서는 죽을 때까지 싸우겠다." 18세기 프랑스의 계몽사상가 볼테르의 이 말만큼 표현의 자유의 중요성, 더 근본적으로는 관용이라는 것의 중요성을 잘 설파한 것은 드물다.

그런데 볼테르는 이런 말도 했다고 전해진다. "사람들은 할 말이 없으면 욕을 한다." 촌철살인이다. 우리사회 구성원들, 개그맨에 의한 국회의원 모욕이 문제가 아니라 정치인들의 그릇된 행태에서 비롯된 일상적인 모욕 견디면서, 입에서 욕 나오는 거 참으면서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도 아주 지겨울 정도다. 강 의원은 최씨에 대한 고소사건 수사가 진행되면서 더 큰 논란이나 가십을 부르기 전에 고소를 취하하는 것이 어떨까 한다.

하종오 부국장 겸 사회부장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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