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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읽어보세요 - 지울 수 없는 흔적 外

입력
2011.11.25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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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의 고통 등 '나쁜 설계'도 진화의 증거

지울 수 없는 흔적/ 제리 코인 지음

사람의 골반의 크기가 작은 것은 두 발로 걷기 위해 진화해온 결과다. 그런데 커다랗게 진화한 뇌가 문제였다. 태아의 머리가 어머니 골반의 틈보다 커 출산 때 고통을 느끼게 된 것이다. 미국 시카고대 교수인 저자는 인간이 겪는 출산의 고통이 알을 낳거나 골반으로 무리 없이 출산한 생물에서 진화한 흔적이라고 말한다.

'날지 못하는 새' 펭귄의 날개는 지느러미와 같다. 쓰임새는 다르지만 펭귄 날개의 뼈 구조는 나는 새의 것과 똑같다. 펭귄의 날개는 날았던 선조에서 진화했기 때문이다.

화석 기록, 발생학, 생물지리학 등 다양한 사례를 근거로 저자는 묻는다. 신(神)이 모든 생물을 창조했다면 나는 날개와 날지 못하는 날개를 똑같이 만들었을 이유가 있을까. 완벽하지 못한, '나쁜 설계'는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답은 명확하다. 그것은 생물의 진화를 나타내는, '지울 수 없는 흔적'이다.

책은 미국 시사잡지 <뉴스위크> 가 2009년 선정한 '우리시대 명저 50권'에 이름을 올렸다. 김명남 옮김. 을유문화사ㆍ378쪽ㆍ1만5,000원.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무소불위 권력 검찰, 어떻게 개혁해야 하나

문재인, 김인회의 검찰을 생각한다/문재인·김인회 지음

대한민국은 '검찰공화국'이라고 불릴 만큼 검찰의 힘이 막강하다. 집권 당시 검찰개혁을 주도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은 결국 검찰의 무리한 수사 압박에 시달리던 중 비극적으로 생을 마감했다. 검찰은 정치영역을 뛰어넘은 무소불위의 권력이다. 검찰개혁의 필요성이 끊임없는 거론되는 이유다.

참여정부 시절 검찰개혁을 주도한 문재인 전 민정수석과 당시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에 참여한 김인회씨는 이 책에서 어떻게 하면 국민 위에 군림해 온 검찰을 국민의 품으로 돌려줄 것인가를 모색한다. 이들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검찰 권한의 분산과 견제, 감시시스템 마련을 주요 과제로 꼽고,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 신설이나 검ㆍ경 수사권 조정, 검찰행정에 대한 시민 참여 같은 구체적 방안을 제시한다.

파격이었던 강금실 법무장관의 취임, 인사권을 둘러싼 검찰의 반발과 대통령과 평검사들의 대화 등 참여정부의 검찰개혁 과정과 공과를 생생하게 기록했다. 천정배 전 법무장관, 이병완 전 비서실장 등 관련 인사들의 증언도 담았다. 오월의봄ㆍ424쪽ㆍ1만7,000원.

채지은 기자 cje@hk.co.kr

"난 아버지의 숲에서 자연과 생명을 배웠다"

아버지의 오래된 숲 / 베른트 하인리히 지음

천석고황(泉石膏肓)이란 동양의 전유물만이 아니다. 드물긴 하지만 소로나 시튼 등 자연 예찬의 전통은 서양에서도 발견된다. 저자와 그의 아버지는 그 맥을 잇는 주인공이다. 섬세하고도 정확한 관찰, 허튼 상상을 뛰어넘는 실험, 그 모두를 아우르는 통찰, 무엇보다 철저한 현장주의 등은 그가 인문학적 자연 관찰의 적통임을 증거한다.

책은 곤충수집가인 아버지를 정밀하게 묘파한 결과물이다. 맵시벌에 빠져 수집과 분류는 물론 세계 각지의 생태까지 비교한 아버지 게르트에 대한 기억은 애증이 착잡하게 교직된다. 자식들 대학 보낼 돈조차 없으면서도 막노동 해서 번 돈까지 곤충 연구에 쏟아 부은 아버지가 새로 발견, 명명한 맵시벌이 1,500여종이었다. 꽉 막힌 아버지 같은 사람은 되지 말자 다짐하던 저자가 결국 안착한 곳은 아버지를 따라 채집 갔던 바로 그 숲이었다.

아버지의 박물학자적 감성과 자연으로부터 체득한 윤리 의식을 정제된 필치로 되살려 내는 생물학자 아들의 기록은 감동적인 글로 귀결된다. 서소울 옮김. 이순ㆍ608쪽ㆍ2만5,000원.

장병욱 선임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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