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워싱턴 정치에 불신이 커지면서 내년 11월 치러질 대선에 제3후보를 추대하는 움직임이 가시화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5일 보도했다. 민주당과 공화당 밖 대권 잠룡들도 행보를 시작해 무소속 후보가 대선에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재정적자 감축을 위한 초당적 슈퍼위원회가 21일 1조2,000억달러 감축안 합의에 실패한 것이 자극이 됐다. 그러나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의회에 대한 지지율이 바닥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것이 직접적 배경이란 지적이다. 8월 여론조사에서 유권자 51%가 제3후보에게 투표할 의향이 있다고 응답했다.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환상이 깨지고 공화당에 실망한 중도 무당파들이 제3후보를 통해 대안 찾기에 나선 셈이다.
제3후보 추대를 주도하는 아메리칸스 일렉트(Americans Elect)는 200만 회원에 모금액 2,200만달러를 돌파했다. 플로리다 미시건 네바다 오하이오 등 9개 주에 투표함 설치에 들어간 이 단체는 내년 상반기 온라인 선거로 후보를 선출하고, 러닝메이트는 민주 공화 양당에서 선택한다는 계획이다. 보수 유권자 단체인 티파티, 월가 탐욕에 항의하는 월가 시위대도 공감하는 것으로 알려져 정치권에 핵 폭풍이 될 수 있다.
운영 책임을 맡은 칼일 바이어드는 “유권자들이 무능한 워싱턴 정치에 실망하고 있다”면서 “제3당 창당이 아닌 정치과정을 바꾸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제3 후보로는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 스타벅스 창업자인 하워드 슐츠, 크리스틴 토드 휘트먼 전 뉴저지 주지사 등이 물망에 오른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과 공화당 대권주자인 존 헌츠먼 전 유타 주지사도 선호되는 후보다. 강경 공화당 성향인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는 “공화당 후보가 만족스럽지 않으면 직접 출마하겠다”며 선거자금 2억7,000만달러 준비를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히는 블룸버그 시장은 최근 “사람들을 모으고 리더십을 발휘하는게 최고경영자(CEO)인 데 그걸 볼 수 없다”고 오바마 대통령의 강하게 비난해 출마로 기울고 있다는 관측을 낳는다. CEO 출신인 블룸버그는 그 동안 “이혼 경력이 있고 부자인 후보는 승산이 없다”며 출마 가능성을 일축해왔다.
제3후보는 지지율이 15%를 넘지 않으면 후보 토론회 참여 기회가 없다. 10억 달러 이상이 필요한 선거 자금 모금에도 한계가 있다. 따라서 대중적 인기가 있는 후보가 ‘첫 실험용 쥐’가 되기를 원치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