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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3 아들, 어머니 살해후 8개월간 시신 방치/ '1등 강요' 사회가 패륜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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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3 아들, 어머니 살해후 8개월간 시신 방치/ '1등 강요' 사회가 패륜 키웠다

입력
2011.11.24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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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1등을 하라"며 체벌을 가했다는 이유로 친어머니를 살해하고 시신을 8개월 동안 집에 방치한 고등학교 3학년생이 경찰에 붙잡혀 충격을 주고 있다.

한국사회의 학벌만능 풍조와 성공강요 문화, 사회관계망의 붕괴가 참극을 불렀다는 지적이다.

서울 광진경찰서는 지난 3월 잠자던 어머니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후 시신을 내버려둔 채 생활해온 지모(18)군을 검거, 존속살해 혐의로 24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지군은 경찰에서 "당시 전국 4,000등 정도의 성적을 받은 모의고사 성적표를 62등으로 위조한 사실이 어머니에게 들통나 심한 벌을 받게 될까 두려워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외동아들인 지군은 아버지가 5년 전 가정 불화로 가출한 뒤 어머니와 단둘이 살아왔다. 지군은 경찰 조사에서 "어머니가'전국 1등' 성적을 강요하며 잠을 재우지 않거나 골프채와 야구방망이로 10시간 동안 때리는 등 체벌을 가해왔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이 사건에 대해 "성공만을 강요하는 사회의 문제가 집약된 병리현상의 한 단면"이라고 지적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지군은 어머니가 자신을 돌봐주기보다 공부 병기로 생각하는 데 대해 오랫동안 분노가 쌓였던 것으로 보인다"며 "성공이라는 가치가 신뢰, 애정 같은 정서적 친밀감을 대체해버린 이들 모자의 관계는 현재 한국사회에서 일반화된 것"이라고 말했다.

개인을 사회로부터 보호해주는 가족 공동체의 기능 상실이 문제라는 진단도 있다. 이택광 경희대 영미문화과 교수는 "학생들은 학교에서도 집에서도 '성적을 올려야 한다'는 압박을 받는다. 가족관계에 시장 논리가 침투하면서 도피처가 사라져 버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군이 8개월 동안이나 시신을 방치했는데 주변에서 아무도 몰랐다는 것이 더 충격적"이라고 말한 서동진 계원디자인예술대학 인문교양부 교수는 "우리의 사회적 관계망이 모두 무너졌다는 것을 상기시키는 사건"이라고 해석했다.

박우진기자 panoram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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