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를 놓고 민주당이 대여 전면전을 선언함에 따라 내년도 예산안의 국회 심사 자체가 표류되고 있다. 정치권에선 올해도 법정 처리시한(12월2일) 내 예산안 통과가 힘들어진 것 아니냐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국회 예결위 계수조정소위는 24일 한나라당과 자유선진당 의원들만 참석한 채 열렸다. 하지만 참석한 의원들은 민주당의 심사 동참만 촉구하다 30분도 안 돼 자리를 떴다. 22일 FTA 기습 처리 이후 사흘 째 공전이다.
한나라당은 일단 주말까진 냉각기를 갖고 민주당의 참여를 유도한다는 입장이다. 황우여 원내대표는 "민주당 사정도 있는 만큼 조금 더 기다려줘야 하지 않겠는가"라면서 "이미 소위로 예산안이 넘어간 만큼 장기전으로 가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 원내대표는 정갑윤 예결위원장을 불러 야당과의 적극적인 물밑 접촉을 주문하기도 했다. 하지만 야당은 여전히 요지부동이어서 당분간 여야의 정상적인 예산안 심사를 기대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정갑윤 위원장은 "이번 주말까지 민주당을 설득해본 뒤 28일 여야 이견이 없는 예산안부터 심사에 착수할지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야당의 국회 일정 보이콧이 마냥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둔 야당 의원들이 지역구 예산을 챙길 수 있는 '대목'을 외면하긴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란 분석에서다.
한나라당의 한 예결위원은 "지역 예산이 걸려 있는 마지막 예산국회에서 사정이 급한 쪽은 오히려 야당 의원일 것"이라며 "당장 회의에 참석하지는 않겠지만 결국에는 소위에 들어올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민주당 일각에서는 'FTA-예산안 분리 대응론'이 나오고 있다.
정장선 사무총장은 "서민 예산 등 야당이 챙겨야 할 예산이 적지 않다. 시위는 시위대로 해야 하지만, FTA 문제로 예산안 심사 자체를 거부하는 일이 생겨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날 민주당 소속 다수의 의원들이 장외로 나가 FTA 반대 집회에 참석하는 상황에서도 한 호남 중진 의원은 수백억원 대 지역 사업을 예산에 반영하기 위해 정갑윤 위원장을 찾아 심각하게 논의하는 장면이 목격되기도 했다. FTA 처리에 반발해 장외로 나가긴 하지만, 지역구 예산 문제를 무작정 외면할 수 없다는 민주당의 고민이 묻어나는 대목이다.
장재용기자 jyjang@hk.co.kr
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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