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총리실의 검ㆍ경 수사권 조정안에 대한 경찰의 반발이 조직화하고 그 강도도 한층 격해지고 있다. 경찰 수사권 축소에 대한 항의의 뜻으로 수사 경과(수사 주특기)를 포기한 경찰관이 3,000명에 육박, 지휘부가 난감해 할 정도다.
베테랑 수사관들의 반발은 이틀째 이어졌다. 인터넷 다음에서 카페 '범죄사냥꾼'을 운영 중인 이대우 서울 중부경찰서 교통조사계장은 24일 수사 경과 포기서를 제출하고 카페 폐쇄 공지를 올렸다. 이 계장은 "검찰이 언제든 수사에 제동을 걸 수 있는 시스템에서 형사의 길은 무의미하다"고 심경을 전했다. 2000년 문을 연 이 카페는 회원 수 3만5,000명에 이르고 이 카페를 통해 해결된 강력 사건이 50여건, 검거 범죄자는 300여명에 달할 정도로 잘 알려져 있다.
경찰 내부망 게시판에도 "수뇌부가 나서서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총리실의 일방적인 조정안을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등의 글과 수사 경과를 포기하겠다는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앞서 23일 경남 진해경찰서의 한 경찰관은 수사권 조정안에 반발, 수사 경과 해제 희망원을 제출했다고 경찰 내부망에 글을 올려 이 같은 움직임을 촉발시켰다.
일선 경찰의 국회 압박 움직임도 본격화하고 있다. 게시판에서는 '경북 오송에서 토론회를 열어 총리실 조정안에 대한 대응 방안에 대해 중지를 모으고 이를 청원서 형태로 국회에 전달하자'는 제안이 올라와 논의되고 있다. 한 경찰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25일 오후 8시부터 이튿날 오전 10시까지 밤샘 토론을 벌일 것"이라며 "여기서 모인 의견을 경찰 수뇌부와 국회에 전달, 총리실 조정안 거부에 힘을 실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6월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서 검경 수사권 논란이 일었을 때도 일선 경찰들이 같은 장소에서 토론회를 열었다. 이후 전국 대학 형사법ㆍ경찰(행정)학과 교수, 재향경우회, 전국경찰해경가족시민연합 등 총 3,899명이 서명한 청원서를 국회의원들에게 전달, 형소법 시행령을 법무부령에서 대통령령으로 승격시키는 성과를 거둔 바도 있다.
직접적인 법률 개정 압박 움직임도 관측된다. 경찰청 관계자는 "총리실 조정안이 편파적이기 때문에 경찰이 직접 형사소송법 재개정을 통해 검경 수사 구조를 개혁하는 게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반발 분위기가 확산되자 경찰 수뇌부는 난감해하는 분위기다. 경찰청 고위 관계자는 "의사 표현은 좋지만 과거 검찰이 집단 사표를 던졌다가 역풍을 맞았던 것처럼 우리도 비판 여론에 휩싸일 수 있다"며 "마음이 편치만은 않다"고 말했다. 실제 일선 경찰관들이 줄줄이 수사 경과를 포기하겠다고 나서자 일선 지휘부도 동요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관계자는 "수사 경과 반납은 당장은 효력이 없는 개인적 의사표현"이라며 "거기 대한 공식적인 행정 절차는 12월 중순에야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선 수사관들이 수사 경과 포기의 뜻을 밝혔다 해서 당장 수사 인력이 이탈한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설명이다.
정민승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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