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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살해 8개월 방치한 고3/ "위조한 성적표 들킬까봐 범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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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살해 8개월 방치한 고3/ "위조한 성적표 들킬까봐 범행"

입력
2011.11.24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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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1등을 해 서울대 법대에 가라"며 체벌했다는 이유로 잠자는 어머니를 흉기로 살해한 고교생의 패륜범죄로 대한민국 사회가 충격에 빠졌다. 특히 이 학생은 집에서 어머니를 살해한 뒤 8개월 동안 시신을 옆에 두고 생활하는 등 상상하기 어려운 심리상태를 보였다.

엽기적 살인

지난 3월13일 오전 11시 서울 광진구의 한 다세대주택. 광진구 소재 고교 3학년인 지모(18)군은 부엌에 있던 흉기를 들고 안방에서 자는 어머니 박모(51)씨의 얼굴 부위를 찔렀다. 놀라 깬 박씨가 저항했지만 지군은 잠시 후 다시 목을 찔렀고 박씨는 곧 숨졌다.

지군은 어머니 시신 옆에 흉기를 두고 안방 문을 잠근 채 밖으로 나왔다. 그는 다음날부터 평상시처럼 생활했다. 그러다 지난 5월 집 거실에서 구더기가 나오자 공업용 본드를 사 와 어머니 시신이 있는 안방 문틈에 바르고 냄새가 새 나오지 않도록 조치했다. 그 후 지군은 어머니의 행방을 묻는 학교 상담교사와 주변 사람들에게 "가출했다"고 말해왔다.

지군의 범행은 8개월이 흐른 지난 22일 오후 5시 집을 방문한 지군의 아버지(52)에 의해 드러났다. 5년 전부터 부인과 별거 상태였던 지씨는 아들에게 "어머니가 어디 있느냐"고 물었지만 지군은 "가출했다"며 안방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하지만 안방 문에 본드가 발라져 있고 이상한 냄새까지 나자 지씨는 이날 오후 11시 경찰에 신고했다. 출동한 경찰은 23일 오전 1시 박씨의 시신을 발견하고 지군을 긴급체포했다.

범행 동기는 '어머니의 성적압박과 체벌' 주장

지군은 경찰에서 어머니의 성적 압박과 체벌이 범행이유라고 진술했다. 지군은 "전국 석차 4,000등권인 성적표를 컬러복사기로 전국 62등, 67등으로 위조, 어머니에게 보여줬다"며 "이렇게 한 다음날 어머니가 학부모회의에 참석키로 해 조작 사실이 밝혀질까 두려웠다"고 털어놨다. 그는 특히 "범행 전날 어머니가 위조된 전국 62등 성적표를 보고 '더 잘하라'는 잔소리와 함께 '엎드려 뻗쳐'를 시켜 야구 방망이와 골프채로 10시간 동안 체벌을 가했다"고 주장했다. 게다가 평소 어머니가 "서울대 법대를 가라. 전국 1등을 해야 한다"고 채근했고 중1 때부터 자신의 성적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밥을 주지 않거나 잠을 못 자게 하고 때리기도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 입시학원 관계자는 "시험 성적은 영역별로 표준점수와 등급만 나오고 전국 62등과 같은 성적은 나올 수 없다" 고 말해 범행동기의 신빙성에 의문도 일고 있다. 게다가 지군은 이번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3등급 정도의 점수를 받았고 고2부터 반 석차가 10등 안팎이었기 때문에 실제 전국석차가 4,000등권에 못 미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범행 전후 행적이나 심리상태도 상식적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수준이다. 이웃의 한 남성은 "지군이 하루가 멀다 하고 친구들을 저녁에 데려오는 등 이상한 점을 느끼지 못했다"고 말했다. 더욱이 그는 범행 이전 어머니의 체벌 사실을 주위에 털어놓거나 반항한 적도 없었다고 한다. 지군의 진술이 사실이 아닐 수도 있다는 얘기다.

경찰은 24일 지군을 존속살해 등의 혐의로 구속했고 범행 동기를 계속 조사 중이다.

배성재기자 passion@hk.co.kr

허경주기자 fairyhk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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