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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오리알' 동양고 1학년 학부모 "빨리 전학 못시킨 게 후회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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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오리알' 동양고 1학년 학부모 "빨리 전학 못시킨 게 후회스럽다"

입력
2011.11.24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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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가 끊겨서 일반고로 전환되면 현재 1학년 애들은 처음이자 마지막 자율고 졸업생이 되는 거죠. 우리(일반고)가 1회로 끝날 줄 알았는데, 자율고 애들만 낙동강 오리알 신세네요."(동양고 2학년 조모군)

2012학년도 신입생 모집에서 '지원자 0명'을 기록한 서울 강서구의 자율형사립고인 동양고는 24일 그야말로 초상집 분위기였다. 당장 내년은 1학년 없이 학교를 운영해야 한다. 동양고는 동양공고에서 2009년 인문계고로 인가 받은 지 1년 만인 지난해 자율고로 전환했다. 지난 2월 마지막으로 특성화고 졸업생을 배출했고 현재 2학년은 일반고, 1학년은 자율고 학생이다.

동양고 교사들은 함구령이라도 내려진 듯 극도로 말을 아꼈다. 한 교사는 "일반고로 전환하면 자율고로 입학시킨 학부모들 볼 면목이 없다"며 고개를 떨궜다.

26개교 중 11개에 달하는 서울 자율고 미달사태의 또 다른 후폭풍은 입학한 학생들이 전학, 편입학 등 이탈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100명 안팎의 '초미니 자율고'에서 내신 성적을 잘 받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동양고 1학년의 한 학부모는 "1학기에 한 반(15명)에서 5명이나 빠져나갔지만, 우린 여기 보내려고 이사까지 온 터라 상황을 좀 더 지켜보았는데 이제 보니 하루라도 빨리 발을 빼지 못한 게 후회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동양고와 더불어 대규모 미달을 겪었던 서울 용문고는 신입생 4명 중 1명(26.1%)이 다른 학교로 떠났다. 서울 우신고(10.6%), 서울 동양고(10%), 대구 경일여고(9.8%), 서울 미림여고(9.5%) 등 자율고의 중도이탈은 심각한 수준이다.

자율고에서 미달되고 전학 가는 인원은 결국 인근 일반고로 몰리기 때문에 일반고 학생의 피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서울 강서구 가양동에 거주하는 일반고 학생의 학부모 김모(43)씨는 "이 동네는 원래부터 인문계고가 부족한데다 최근엔 목동 애들까지 넘어와서 점점 더 변두리로 밀려나는 상황인데 자율고 미달정원까지 몰리면 일반고 다니는 애들만 손해 보는 거 아니냐"고 불만을 드러냈다.

올해 서울 지역 자율고 미달인원 1,599명에, 지난해 1학기 전학률(5%)에 따라 500여명이 일반고로 전학한다면 올해도 2,000여명을 일반계고가 떠안아야 한다. 전체 일반고 196개교로 고루 나뉘어도 학교당 10~11명을 추가로 받아야 한다. 서울시교육청은 "자율고, 특목고 등 전기고의 모집일정이 끝나고 일반고(후기고) 배정을 할 때 이 인원만큼을 고려해서 배정을 진행하면 일반고들의 학급당 인원수가 늘어날 수 밖에 없다"며 "자율고 혼선으로 일반고 학생들이 나쁜 교육여건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 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강윤주기자 kkang@hk.co.kr

김혜영기자 shi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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