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당 안팎의 협공으로 위기에 빠졌다. 야권통합 방식을 두고 당내 에서 분란이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외부에서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통과를 사실상 묵인ㆍ방조해 준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는 공세가 거세다. 이런 가운데 손 대표가 24일 모든 일정을 취소한 채 경기 분당 자택에서 칩거해 내우외환의 정도가 심각한 수준에 이른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왔다. 손 대표 측은 "감기몸살로 휴식을 취하고 있다"고 말했으나 자신과 당의 진로에 대해 고심하는 시간을 가진 것으로 관측된다.
한나라당이 한미 FTA 비준동의안을 기습 처리한 뒤 당내에서 손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 책임론이 거세게 일었다. 여기에 작가 공지영씨가 자신의 트위터에 "한나라당에서 파견되신 분 맞죠"라는 글을 올려 손 대표는 상당히 곤혹스런 입장이 됐다.
민주당 이용섭 대변인은 이날 "공 작가가 민주당의 당원이 직접 뽑은 제1야당의 대표를 '한나라당에서 파견된 분'으로 비하한 것은 명망 있는 사회지도층으로서 매우 부적절하고 무책임한 언급"이라며 해명을 촉구했다. 하지만 네티즌들이 도리어 "민주당 대응에 실망했다"며 공씨의 글을 대거 재인용하면서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당내에서는 야권통합을 위한 '원샷 전당대회' (내달 17일) 계획이 반대파들에게 발목을 잡혔다. 전날 중앙위원회에서 박지원 전 원내대표 등 당권주자파가 "민주당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독자 전당대회를 개최한 뒤 통합에 나서자"고 거칠게 요구하면서 야권통합 방식에 대해 결론을 내지 못했다.
손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는 27일쯤 중앙위를 다시 소집해 통합 방식에 대해 의결할 계획이다. 통합 전당대회 직전에 민주당 전대를 치르되 지도부 선출 없이 통합만 의결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박 전 원내대표는 여전히 민주당 전대에서 새로운 지도부를 선출한 뒤 '혁신과 통합'등 외부세력과 통합하는 '투 트랙 통합'을 고집하고 있어서 접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 박 전 원내대표는 나아가 "민주당 전대에서 통합이 부결되면 어떻게 할 것이냐"며 사실상 분당 사태까지 거론하고 나서 민주당 내홍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한편 친노세력과 시민사회단체 인사로 구성된 '혁신과통합'은 이날 가칭 '시민통합당'을 결성하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창당준비위원회를 등록했다. 혁신과통합은 지금까지 창당준비위를 구성해 민주당과 합당하는 방식을 검토해왔지만, 선관위의 유권해석에 따라 합당의 법적 요건을 갖추기 위해 임시로 존재하는 정당을 결성하기로 했다.
김정곤기자 j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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