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당국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성탄절을 앞두고 애기봉 등탑을 점등할 방침이다.
군 관계자는 24일 "기독교계의 요구로 다음달 25일 성탄절 직전부터 등탑에 불을 밝힐 계획"이라며 "여러 상황을 고려해 조만간 정확한 점등 날짜를 잡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당초 기독교계는 "12월 초부터 2월 초까지 점등행사를 진행할 것"을 요청했지만 군은 "점등기간이 지나치게 길다"며 난색을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군 당국은 애기봉 등탑 점등에 대해 "어디까지나 민간 종교행사의 일환으로 허용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등탑은 경기 김포시에 있는 해발 165m의 애기봉에 설치돼 있다. 해병2사단 청룡부대가 관할하고 있는데 군사분계선(MDL)과 불과 3㎞ 떨어져 있는 서부전선 최전방 지역이다. 30m 높이의 등탑에 불을 밝히면 북한 개성에서도 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군은 MDL 지역에서의 선전활동을 중지하고 선전 수단을 모두 제거하기로 한 2차 남북 장성급회담 합의에 따라 2004년부터 애기봉 등탑을 사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 기독교계의 거센 요구로 12월 21일부터 26일까지 등탑에 불을 켰고, 점등기간을 다시 올해 1월 8일까지 연장했다.
당시 북한은 "새로운 무장충돌을 일으킬 수 있는 위험한 망동이다. 조준 격파사격하겠다"며 격렬하게 비난했다. 밝은 등탑은 어두운 밤에 남북한 체제를 구분하는 상징이기 때문이다. 애기봉 등탑이 대북 심리전의 효과적인 수단이라는 방증이다. 이에 군은 서북도서와 전방지역에 군 최고 경계태세인 '진돗개 하나'를 발령하며 맞섰다.
군은 지난해 천안함 피격 이후 5ㆍ24조치에 따라 전방지역 11곳에 대형 확성기를 설치했지만 남북관계를 고려해 실제 스위치를 올리지 못했다. 대형 전광판은 예산 문제로 언제 설치할 수 있을 지 불투명하다. 대북 전단 살포는 수개월째 중단돼 있고, '자유의 소리'라는 이름의 대북 FM방송을 시작했지만 효과가 그리 크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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