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통일 재원 마련 방안이 남북협력기금 내에 통일 계정을 신설하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 류우익 통일부장관은 중국을 방문 중이던 23일 베이징 기자간담회를 통해"남북협력기금 내에 통일계정을 신설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통일재원 정부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2010년 8ㆍ15 경축사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필요성을 제기한 후 논란이 분분했던 통일비용 마련 문제가 일단락된 셈이다.
정부는'통일 항아리'로도 불리는 통일계정을 남북협력계정 불용액과 민간 모금 및 출연금 등으로 채워나간다는 방침이다. 적립 목표액은 2030년 통일을 가정한 중기형 통일 시나리오에서 통일 후 초기 1년 간 소요될 것으로 추산된 비용 범위 중 최소 규모인 55조억원 정도다. 논란이 많았던 통일세는 재정 건전성 등을 감안해 일단 도입하지 않기로 했다고 한다. 통일이 밤 도둑처럼 불시에 예기치 못한 방식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점에서 미리 통일재원을 확보하는 방안을 마련한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모금 등을 통한 민간의 자발적 참여는 통일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의지를 결집하고 확산하는 효과도 기대해볼 수 있다.
그러나 민간 모금이나 출연금은 어떻게 포장하더라도 준조세의 성격을 띨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아도 장기화하는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 등 민간부문을 더욱 위축시킬 수 있다. 당장 사용하지 않을 재원을 상당한 규모로 장기간 적립해 잠자게 하기보다는 투자 재원으로 적극 활용해 우리 경제를 양적ㆍ질적으로 키우는 게 훨씬 효율적이라는 지적도 무시할 수 없다.
통일비용을 줄이는 최선의 방안이 남북간 경제 격차를 좁히는 것이라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통일재원 마련은 남북관계 개선과 남북경협 확대를 통한 북한 경제의 발전과 병행될 때라야만 의미가 있다. 하지만 남북협력계정 불용액이 통일계정 적립의 주된 재원이 되는 구조에서는 양자 간의 상충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이 부분에 적절한 대책이 있어야 한다. 통일비용 비축이 사실상 흡수통일을 위한 준비가 아니냐는 의구심을 불식시켜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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