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지도부 일부 인사들이 부자 증세를 골자로 하는 일명'버핏세'도입을 위한 불씨 지피기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는 2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부자 증세 논란과 관련, "정부 일각에서 (부자 증세에) 반대하고 있지만 법은 국회에서 만드는 것인 만큼 당 정책위에서 이 부분을 충분히 검토하고 논의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 22일 한 강연에서 부자 증세 필요성을 역설한 지 이틀 만에 당 차원의 공식적인 검토를 지시한 것이다.
홍 대표는"8,800만원의 소득이 있는 사람이나 100억원의 소득자나 같은 세율을 적용하는 것은 다시 한번 생각해야 할 문제"라며 "우리나라 세법 체계가 28년 전에 만들어졌는데 8,800만원이라는 최고 세율 구간이 당시 1만명이었지만 지금은 28만명에 이른다"고 덧붙였다.
유승민 최고위원도"법 개정이 필요한 부자 증세와 근로장려세제(EITC) 강화는 다듬어 총선 공약으로 내놓을 때가 됐다"고 말했다. 다만 유 최고위원은 "세제를 어떻게 변경할 것인가는 단순히 소득세 8,800만원 이상 구간의 신설만으로 들여다봐서는 안 되고 주식양도소득세 등 여러 가지를 종합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면서 "부자 증세나 버핏세라는 표현에는 동의하지 않지만 심도 있는 논의에 찬성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책 기조를 획기적으로 바꾸려면 당 정책위와 여의도연구소가 함께 정책기구의 외연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홍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 일부와 김성식 의원 등 쇄신파 의원들을 중심으로 부자 증세 주장이 힘을 얻어가고 있지만 실제 정책으로 실현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당장 검토 요청을 받은 이주영 정책위의장은"홍 대표가 공론화를 요청했으니 정책위에서 검토하겠지만 여론 수렴이 더 필요하다"며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당내 경제통인 이한구 의원도 "소득세 최고세율 구간의 현상유지 방침을 정한 지 얼마 안 됐는데 또 올리겠다고 하면 정책 신뢰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불공평하게 세금이 걷히고 있는 다른 부분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될 일"이라고 말했다.
김성환기자 bluebir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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