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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hankookilbo/ FTA 관세 철폐 혜택, 유통구조 혁신 없다면 당장 반영되기 어려워

입력
2011.11.24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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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마트들의 가격 담합, 유통 중간업자들의 농간이 있다면 한미FTA 시행 이후 오히려 생필품 가격 인상이 우려됩니다. 이 같은 구조적 문제가 FTA 자체보다 더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을까요"(한미FTA와 가격인하의 상관관계를 보도한 24일자 '칠레 인기 와인 관세 철폐후 되레 24% 올라'기사에 대한 yakiwoon님 외 3명의 트윗입니다.)

시민단체인 소비자시민모임(소시모)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경제 규모가 큰 18개국에서 팔리는 가전·식품 등 14개 품목, 48개 동일 제품의 가격을 조사한 결과, 국내 가격이 조사 대상 국가보다 매우 비싼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중 수입품은 여러 유통단계를 거치며 마진이 붙는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됐습니다.

예를 들어 칠레 와인의 경우 현지 가격에 비해 서너 배 비싸게 팔립니다. 이유는 수입상이 채 1만원도 안 되는 가격에 들여온 제품이 도매상과 소매상을 거치면서 단계마다 30~50%의 마진이 추가로 붙기 때문입니다. 와인 업계에서는 세금 때문이라고 하지만, 수입 원가에 주세 교육세 등을 포함해도 시판 가격의 절반이 되지 않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 때문에 한ㆍ칠레 FTA를 통해 15%의 관세가 서서히 철폐됐어도 와인 가격은 오히려 관세 철폐 전보다 크게 올랐습니다. 요즘 대형마트가 현지에서 직접 수입해 오는 맥주 등 주류의 경우 상당히 저렴한 가격이 책정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유통단계 축소 때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의류도 가격 거품이 많은 품목 중 하나입니다. 미국산 리바이스 501 청바지의 경우 우리나라에서 16만8,000원이지만 인도에서는 5만2,700원에 팔리고 있습니다. 생산 원가는 1만~2만원 정도인데 여기에 광고선전비 등 마케팅 비용과 30~40%에 이르는 백화점 수수료 등 유통마진이 포함되면서 급격히 비싸지는 것입니다.

수입품뿐 아니라 국산품도 복잡한 유통단계 때문에 가격 인하 요인이 있어도 반영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 한우 산지가격이 계속 떨어져 한우 농가의 시름이 깊지만 실제 소매점이나 식당에서 팔리는 한우 가격은 거의 낮아지지 않았습니다. 유통구조 혁신이 없다면 FTA로 관세가 철폐된다 해도 소비자가격에 당장 반영되기 어려운 셈입니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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