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친구들과 어울리다 한 순간 실수로 남의 물건에 손을 댄 김민성(가명ㆍ18) 군. 그 대가로 상상도 안 했던 소년원 생활이 기다렸다. 적응이 쉽지 않았고 방황도 했지만 김 군은 마음을 다잡기로 결심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사진’이었다. 1년 넘게 사진을 배우며 평정심을 되찾았으며 올해 고졸 검정고시를 너끈히 통과했다.
김군은 “카메라를 통해 보는 시각에 따라 세상이 아름다울 수도 있고, 추할 수도 있다는 소중한 진리를 배웠다”며 “열심히 공부해 사진전문 작가로 성공하고 싶다”고 했다.
김 군을 포함한 서울소년원 사진영상반 소속 학생 8명이 24일 서울 동숭동 예술가의 집에서 자신들이 직접 작업한 사진작품을 선보였다. 사진전 이름이 ‘같은 눈, 다른 시각’이다. 아이들이 한 때 미워하고 등졌던 세상에 사진으로 화해를 시도하는 자리다.
카메라 사용법도 제대로 몰랐던 학생들이 작품전시까지 하게 된 데는 사진작가 김미경(42)씨의 역할이 컸다. “지난해 가을 우연찮게 서울소년원 학생들 사진촬영 강의를 맡게 됐어요. 소년원생들이 모두 남자라고 해서 솔직히 처음엔 살짝 무섭기도 했죠. 하지만 직접 만나보니 애들은 애들이더라고요.”
강의는 매주 화요일에 두 시간씩 진행했다. 작품 전시회는 강의가 반년 가량 진행된 4월 김 작가가 먼저 학생들에게 제안해 이뤄졌다. 이들이 목표를 가진다면 더 빨리 사진을 배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이후 전시회 개최 수락, 전시실 대관, 사진액자 구입 등은 이번 행사를 연 법무부 등 주변 도움으로 진행했다.
전시된 작품은 19점이다. 실외 작품은 주로 경복궁에서 촬영했고, 나머지는 버려진 양파를 키우며 그 과정을 기록한 것이나 죽어가는 선인장 모습 등 일상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것들을 담았다.
김 작가는 “생명력을 가진 모든 사물은 아무리 하찮아 보이는 것들이라도 자세히 보면 경이로움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아이들이 느꼈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했다.
작품을 낸 학생들은 현재 사진 이론부터 촬영과 현상, 프린트까지 사진에 대한 일련 과정을 모두 습득해야 취득할 수 있는 사진기능사 자격증을 모두 따낼 만큼 실력도 갖췄다. “몇몇은 정말 감각이 뛰어나요. 사진전공으로 대학에 갈 수 있도록 아이들이 소년원을 퇴소해도 계속 지켜볼 생각입니다.” 김 작가의 귀띔이다.
소년원생들 작품과 김 작가가 기증한 작품 2점 등 모든 작품은 29일까지 열리는 전시회 기간 동안 일반에 판매된다. 수익금은 이들의 대학 진학 등 학업에 필요한 장학금으로 쓰이게 된다.
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