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김역학(30)씨는 요즘 커피를 자주 마신다. 하루 종일 졸리고 피곤하기 때문이다. 점심시간에 잠깐 눈을 붙여도 피로감이 도통 가시질 않는다. 김씨는 "매일 6시간 이상 자는데 뭐가 문젠지 잘 모르겠다"고 말한다.
가을, 겨울이 되면 김씨처럼 피로감을 호소하는 이들이 많다. 잠이 부족해서 그렇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일주일에 4일 이상 계속된다면 '추곤증'에 걸린 건 아닌지 의심해봐야 한다. 추곤증은 수면의 질이 떨어져 생기는 계절성 질환이다. 가을이나 겨울같이 건조한 환경에선 코의 점막이 마르기 쉬운데, 그러면 자기도 모르게 입을 벌리고 자게 된다. 이래서는 깊은 잠을 들지 못한다.
수면장애인 추곤증은 춘곤증, 식곤증과 다르다. 후자는 모두 생체리듬과 관련 있다. 춘곤증은 겨울에서 봄으로 계절이 바뀔 때 해가 점점 일찍 뜨는 것에 몸이 적응 못해 생기는 질환이다. 생체리듬에 따라 수면 시간이 적으면 이를 보충하려는 게 식곤증이다.
한진규 서울수면센터원장은 "가을, 겨울철에 하루 종일 몽롱하고 잠이 쏟아진다고 하소연 하는 환자가 평소보다 20% 많아진다"며 "추곤증이 심해지면 기억력과 집중력까지 떨어지기 때문에 깊은 잠에 들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숙면을 하려면 잠들기 두 시간 전에 반신욕이나 족욕을 하는 게 좋다. 땀이 나 몸의 긴장이 풀어지게 된다. 방안 습도를 50~60%로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당분이 많이 들어있는 탄수화물은 피하고 대신 단백질이 풍부한 음식과 해조류를 많이 먹는 것도 도움이 된다. 해조류에는 필수아미노산과 피를 만드는 조혈성분이 많이 들어 있어 머리를 맑게 해준다.
최근 영국 케임브리지대 연구진은 뇌 세포를 활성화해 졸음을 깨우고 대사활동을 활발하게 하는 단백질을 발견해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했다. 이 단백질은 뇌에 있는 오렉신 세포에 전기 자극을 보내 오렉신 호르몬을 분비하도록 한다. 오렉신 호르몬이 부족하면 수면장애가 생기거나 비만이 될 수 있다. 연구진은 "졸음에서 깨려면 오렉신 호르몬 분비를 돕는 단백질이 많이 들어있는 달걀을 먹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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