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현지시간) 타계한 재불 서지학자 고 박병선(83) 박사가 유산 2억 원과 자신이 소장했던 장서 9박스를 인천가톨릭대에 기부했다.
박 박사는 1998년 떠난 파티마 성지 순례에서 인천교구의 정신철 세례자요한 보좌 주교와 처음 만나 맺은 인연으로 인천가톨릭대 측에 유산을 기부하게 됐다고 천주교 인천교구가 24일 밝혔다. 고인은 외규장각 도서 반환을 위해 관련 자료를 찾을 때 정 주교의 도움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인천가톨릭대는 감사의 표시로 박병선 루갈다(세례명) 전용 도서를 위한 공간을 도서관에 따로 마련할 계획이다. 유산 전달식은 26일 인천교구 설정 50주년 폐막 미사에서 진행된다.
한편 23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한국문화원 내 다용도 강의실에 차려진 빈소는 오전엔 대체로 한산 했지만, 오후부터 조문객들의 숫자가 눈에 띄게 늘었다. 이날 파리에 도착한 박 박사의 남동생 병용(80)씨가 상주를 맡았다. 외규장각 도서의 한국 반환을 지원했던 자크 랑 프랑스 하원의원과 뱅상 베르제 파리7대학 총장도 조문이 예정돼 있다.
랑 의원은 문화부 장관 재직 당시 미테랑 대통령에게 외규장각 도서를 반환하자고 제의한 것을 시작으로 5월 190종 297권이 모두 반환되기까지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베르제 총장은 지난해 프랑스 지식인들을 모아 ‘외규장각 도서 반환 지지협회’를 만들었다.
앞서 랑 의원은 주프랑스 한국대사관에 보낸 조의 메시지에서 “박 박사의 별세 소식에 끝없는 슬픔을 느낀다”며 “고인은 높은 학식과 문화적 소양을 지닌 훌륭한 지성인이었고 프랑스와 한국 간 빛나는 우정의 상징이었다”고 회고했다.
고인의 영결식은 25일 오전 파리 시내 외방전교회에서 천주교 식으로 엄수될 예정이다.
국가보훈처는 24일 프랑스 국적인 박 박사의 유해를 국립묘지에 안장하기로 결정했다. 고인의 유해는 장례 미사가 끝나면 화장돼 현지 절차가 마무리되는 대로 내주 중 인천공항에 도착, 국립 서울현충원 충원당에 안장된다. 국립묘지안장대상심의위원회는 “고인이 국가와 사회에 현저하게 공헌한 업적을 인정해 국립묘지 안장을 의결했다”고 설명했다.
송옥진기자 cli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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