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터면 케이블TV에서 지상파 디지털방송을 못 볼뻔했다. 지상파 재송신료 갈등으로 어제 정오부터 KBS2, MBC, SBS의 디지털신호를 끊겠다는 케이블사업자들이 일단 협상시한을 연장해 방송 중단은 모면했다. 그러나 여전히 재송신 대가 산정을 둘러싼 의견차가 커 언제 다시 지상파 송출을 중단할지 알 수 없다. 극적 합의로 급한 불을 끈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 판결에 따른 케이블사업자들의 이행강제금 지급, 다른 플랫폼과의 형평성 등 지상파 재전송 분쟁은 여전히 화약고로 남아 있다.
방송사들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시청자를 볼모로 잡는 악습을 언제까지 되풀이해야 하는지 답답하다. 이번 갈등도 속을 들여다보면 결국 이권 싸움이었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배경이야 무엇이든 케이블방송의 재송신료를 받아 챙기겠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케이블사업자들은 지상파 방송이 재전송을 통해 연간 5,000억 원의 광고 매출을 올리는 만큼 굳이 사용료를 낼 이유가 없다는 주장이다. 난시청을 해결해 시청자의 보편적 접근권을 제공한다는 것은 명분일 뿐이다.
더욱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방송통신위원회다. 지상파 재송신 갈등은 이미 3년 가까이 됐고 법정싸움으로 번질 정도로 심각했다. 케이블사업자들이 재송신 중단을 무기로 들고 나온 것도 한두 번이 아니다. 그때마다 방통위는 개입할 사안이 아니라고 구경만 하다가, 막판 방송중단 사태에 이르러서야 부랴부랴 중재에 나서곤 했다. 이번에도 그랬다. 시청자 보호가 절대 명제라면 진작 적극적으로 나서야 옳았다.
종편 채널도 개국이 불과 1주일 남았는데 번호조차 정해지지 않았다. 이 역시 당사자가 해결할 문제라며 방관하고 있다. 이런 태도는 공정하기보다는 오히려 무능으로 비친다. 방통위가 지상파 재송신제도 개선안을 만들겠다고 밝힌 것도 오래 전이다. 말만 하지 말고 하루 빨리 새로운 미디어 환경과 형평에 맞는 합리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시청자를 볼모로 잡는 방송사들의 횡포를 언제까지 그대로 둘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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