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몇 뮤지컬 제작사들이 차별화 마케팅을 핑계로 슬그머니 티켓 값을 올리면서 뮤지컬 관람 가격의 전반적인 상승세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공연 티켓 가격은 제작비와 소비자의 구매가치 등을 고려해 제작사가 자율적으로 조정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국내 뮤지컬 시장 규모와 물가를 감안할 때 최근 일부 대형 뮤지컬의 티켓 값이 소비자들의 체감 편익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내년 2월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공연을 앞둔 라이선스 뮤지컬 '엘리자벳'이 대표적인 예다. 제작사 EMK뮤지컬컴퍼니는 22일 티켓 판매를 시작하면서 최고 등급 좌석으로 통용되는 VIP석보다 비싼 'D클래스'를 새로 만들었다. D클래스는 다이아몬드 등급의 줄임말로, VIP석(평일 12만원, 주말 13만원)보다 2만원 비싼 평일 14만원, 주말 15만원으로 책정됐다. 현재 1,000석 이상 공연장에서 진행되는 대부분의 대형 뮤지컬은 최고 등급 티켓을 10만~13만원에 판매하고 있다.
제작사측은 이를 관람하기 가장 좋은 자리를 다른 서비스와 함께 묶어 판매하는 차별화 마케팅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뮤지컬 팬들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제작사가 "고객에게 꼭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신중을 기하고 있다"며 프로그램 책자 제공 외에 D클래스에 어떤 혜택이 있는지 밝히지 않은 채 티켓 판매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좌석의 위치도 VIP석과 뚜렷한 차별성을 찾기 어렵다. 제작사는 1층 VIP 구역 중 중앙 객석 6개열의 98석을 D클래스로 할당했다. 평일 기준으로 4번째 줄 중앙 객석 첫 자리는 VIP석(12만원)이지만 바로 다음 줄의 같은 자리는 D클래스(14만원)라는 이야기다.
그런가 하면 내년 1월 말 개막을 앞두고 다음달 6일 티켓 판매를 시작하는 한국ㆍ호주ㆍ미국 합작 뮤지컬 '닥터 지바고'는 가장 낮은 등급인 A석을 7만원에 판매하기로 결정해 논란이 일고 있다. 통상 대형 뮤지컬의 최저가 티켓은 3만~5만원이다. '닥터 지바고'가 공연되는 잠실 샤롯데씨어터에서 지난 여름까지 공연된 '지킬 앤 하이드'와 현재 공연 중인 '캣츠'의 가장 낮은 등급 티켓도 5만원이었다.
그 동안 뮤지컬계는 다른 공연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뮤지컬 관람 가격을 낮추기 위한 필수조건으로 장기 공연이 가능한 뮤지컬 전용극장 건립을 주장해 왔다. 그런데 2006년 건립된 샤롯데씨어터에 이어 디큐브아트센터, 블루스퀘어 등 1,000석 이상의 뮤지컬 전용극장이 잇따라 문을 연 올해에도 뮤지컬 티켓 가격은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실제 올 들어 11월까지 서울에서 공연된 1,000석 이상 대형 뮤지컬 24편 중 최고가 티켓이 10만원 이하인 공연은 8편에 불과하다. 지난해에는 19편 중 7편의 최고가 티켓이 10만원 이하였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초연 뮤지컬의 경우 많은 사람의 관심을 유도하기보다 안정적인 수입원인 소수 마니아의 1인당 비용을 높이는 방식으로 마케팅이 이뤄지는 경우가 있다"며 "제작사들이 관객의 반감을 사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가격 차별화의 기본 조건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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