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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동짓달 초하루에 스승을 기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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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동짓달 초하루에 스승을 기리며

입력
2011.11.24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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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싶어 인터넷으로 스승의 이름을 검색해봅니다. 여전히 대학교수로, 수필가로 소개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오늘은 그 스승의 첫 기일(忌日)입니다. 스승을 여의고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지는 슬픔에 비통했는데 벌써 첫 젯날입니다. 슬픔이란 것도, 눈물이라는 것도 사람의 참 간사한 감정인가 봅니다.

스승을 동짓달 추운 땅에 눈물로 묻고 돌아온 지가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한 해가 빠르게, 무심하게 흘러갔습니다. 오늘, 음력 동짓달 초하루는 스승이신 유천 신상철 박사(1936~2010)의 첫 기일입니다. 저는 대학에 입학하면서 그분의 제자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나와서까지 스승께 받은 사랑이 유난히 컸습니다.

청춘의 굽이굽이 좌절하고 절망할 때마다 내밀어 주시던 스승의 따뜻한 손이 있어 그 손을 잡고 일어설 수 있었습니다. 스승은 진해 웅동 소사마을에서 출생, 진해중ㆍ고와 서울대 사대 국어과를 졸업하시고 마산상고, 마산고 교사를 거쳐 대학에서 문학과 사람과 사랑을 가르쳤습니다.

<소리 없는 나팔수> 란 좋은 수필집을 남겼습니다. 문하에 100여명의 제자들이 문학인으로 활발한 창작 활동하고 있습니다. 동짓달 기나 긴 밤이라 했습니다. 서울서 있는 제사에는 참석하지 못하나 혹시 제 걱정에 은현리를 다녀가실까 밤새 문을 활짝 열어 놓고 스승을 기다릴 것입니다. 유천 선생님. 보고 싶습니다.

정일근 시인·경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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