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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젊은층에 '美 갱스터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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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젊은층에 '美 갱스터 문화'

입력
2011.11.24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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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용 위장무늬의 헐렁한 배기팬츠에 목이 긴 운동화, ‘N.Y.’ 글자가 박힌 야구모자.

22세의 모하메드는 이라크 바그다드의 공원에서 힙합을 흥얼거리며 브레이크댄스 실력을 뽐냈다. 초등학교에서 시간제 교사로 일한다는 그의 짧게 자른 머리에는 ‘$’ 자가 또렷이 보인다. 팔뚝에는 ‘GANG STAR’라는 문신도 있다. ‘gangsta’(깡패)라는 글자를 새기려다 실수로 한 글자가 더 들어갔다.

AP통신은 “올해 말로 완전 철수하는 미군은 이라크에 좋은 것, 나쁜 것뿐 아니라 이상한 것도 남기고 간다”고 24일 보도했다.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 이후 8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면서 미국 문화는 이라크 젊은이 사회 깊숙이 파고들었다. 특히 랩 문신 속어로 대표되는 갱스터 문화는 미국에서는 저급문화로 치부되지만, 이라크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자랑거리가 되고 있다.

스스로를 ‘펑키’ 혹은 ‘허슬러’라고 부르는 이들은 햄버거와 피자를 먹고 미국 랩을 듣고 흡혈귀가 주인공인 할리우드 영화를 본다. 학생들은 교복 입기를 거부하고, 이슬람 국가임에도 애정 표현에 머뭇거림이 없다. 롤러블레이드를 타고 자동차 사이를 오가는 죽음의 질주도 마다 않는다.

팔에 문신한 모하메드 아단(15)은 “미군 주둔을 반대하는 사람이 많은 곳에서도 갱스터 스타일은 자연스럽다”며 “나도 미군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지난 8년간 마초처럼 행동하고 비속 영어를 주로 쓰는 미군을 보고 자란 젊은이들이 미군을 따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지지도 모른다.

파우지우 알 아티아 바그다드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런 모방이 소득이 적고 교육수준이 낮은 지역에 사는 10대들을 중심으로 퍼져나가고 있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그는 “미국인을 흉내내면 높은 사회적 지위를 얻을 수 있다고 믿는다”고 우려했다.

문신사 하킴(32)은 “고객 대부분이 보안군으로 미군이 주로 하는 문신을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문신이나 비속어를 완장처럼 여기는 것이다.

대학원생 나와라스 모하메드(24)는 “모든 이라크인들이 영어를 배우고 싶어 할 정도”라며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 중 어느 것을 선택할지는 개인의 몫”이라고 말했다.

이동현기자 na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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