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보이’ 이대호(29)가 국내외에서 ‘FA(자유계약선수) 역사’를 새롭게 쓰고 있다.
이대호는 지난 23일 부산의 모처에서 오릭스 협상 대리인과 만나 1차 협상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오릭스가 제시한 금액은 2년간 7억엔(약 105억원). 이대호도 예상 못한 거액으로써 한국 선수 가운데 최고액이다.
지금까지 한국 프로야구를 거쳐 일본 무대에 진출한 선수는 모두 11명이다. 선동열 KIA 감독을 시작으로 이종범(KIA), 이상훈(은퇴), 이승엽(전 오릭스) 등이 대한해협을 건넜고, 최근에는 이병규(전 주니치), 임창용(야쿠르트), 김태균(전 지바 롯데) 등이 일본 무대에 섰다.
이 중 최고액을 받은 선수는 김태균이다. 김태균은 2009년 지바 롯데 유니폼을 입으면서 3년간 최대 7억엔이라는 ‘잭팟’을 터뜨렸다. 당시 엔화 환율로 계산하면 약 90억원. 지바 롯데는 보장금액만 3년간 5억5,000만엔을 제시하며 김태균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국민 타자’ 이승엽도 2004년 지바 롯데와 계약하면서 2년간 5억엔을 받았다. 김태균 보다 계약기간이 짧은 대신 연봉이 2억엔(김태균 1억5,000만엔)으로 더 많았다.
임창용은 야쿠르트의 붙박이 마무리 투수로 활약하며 ‘초대형 계약’을 맺은 케이스다. 지난 시즌을 끝으로 FA 자격을 획득한 임창용은 3년간 15억엔이라는 천문학적인 금액을 받았다. 하지만 일본 무대에 진출할 당시에는 3년간 최대 500만 달러의 계약조건에 도장을 찍었다.
사실 오릭스가 이대호에게 이 정도의 거금을 베팅할 것이라고 예상한 전문가는 극히 드물었다. 시즌 중반 한국을 방문한 한 일본 구단 관계자는 “한국 선수들의 몸값이 지나치게 비싸다”는 의견을 보였다. 무엇보다 일본에 진출한 한국 선수들이 부진한 성적을 거둔 뒤 국내로 ‘U턴’하는 현상이 반복돼 이 같은 의견은 설득력을 얻었다.
그러나 오릭스는 롯데의 상징이자 한국의 간판타자를 영입하기 위해 역대 사상 최고액을 베팅하면서 이대호의 자존심을 살려줬다.
함태수기자 hts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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