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에 뿌리를 내리겠다.”
외국계 은행들의 한결같은 다짐이다. 그러나 정작 사회에 공헌하려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국내 은행이 서민 부담경감 차원에서 속속 서비스 수수료를 낮추어도 외국계 은행들은 요지부동이다. 중소기업 지원을 위한 은행권의 기금출연도 외면하고 있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들의 비싼 수수료가 서민 가계를 압박하고 있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자 이달 들어 대부분의 국내 시중은행과 신협, 새마을금고까지 각종 수수료를 내리거나 없앴다. 하지만 외국계 은행의 경우 아직까지 뚜렷한 수수료 감면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예컨대 스탠다드차타드(SC)제일은행과 외환은행은 창구에서 1만원을 같은 은행계좌로 보낼 때 여전히 1,500원을 수수료로 부과하고 있으며, 한국씨티은행은 1,000원을 받고 있다. 10만원 미만 소액을 이체할 때 대부분 수수료를 면제해주기로 한 국내 은행들과 대조적이다. 영업시간 이후 자동화기기를 통한 당행 이체수수료도 국내 은행은 대부분 무료인 반면 외국계 은행은 600원 그대로다. 창구를 이용한 타행 이체 수수료 역시 국내 은행이 500~1,000원 수준인 데 비해 외국계 은행은 최대 3,000원까지 받고 있다.
외면당하는 건 서민뿐 아니다. 외국계 은행은 중소기업의 자금난도 본체만체 한다. 올해 들어 글로벌 금융위기로 경기가 둔화될 조짐을 보이자 은행권은 신용보증기금에 총 2,615억원의 보증 재원을 출연했다. 이 돈은 신보가 은행대출을 받는 중소기업을 보증하는 데 쓰였다. 그러나 외국계 은행은 여기에 한 푼도 보태지 않았다.
김태준 한국금융연구원 원장은 “해외에 본사를 둔 현지법인이라 해도 한국시장에서 영업을 지속하고 뿌리를 내리려면 공공성과 사회적 책임에 많은 신경을 써야 한다”며 “공동체 일원으로서 제대로 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사회공헌에 대한 인식의 폭을 넓힐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권경성기자 ficcion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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