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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10회 비행 국내선 항공기 '혹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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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10회 비행 국내선 항공기 '혹사'

입력
2011.11.23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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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에 사는 오모(25)씨는 최근 서울에서 병원 진료를 받기 위해 김포행 비행기를 예약했다. 하지만 항공기 출발이 1시간 지연돼 진료를 포기해야 했다. 지연 이유는 기상 악화가 아닌 항공기 접속 문제. 즉 광주발 제주행 항공기가 도착해야 그 여객기를 타고 김포로 가는데 광주에서 출발이 1시간 늦어져 덩달아 지연된 것이다. 오씨는"제주도 날씨는 멀쩡했는데도 항공기가 연착됐다"며 "비행기가 지상에서 대기하는 시간(그라운드 타임)이 넉넉했다면 그리 오래 지연되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모 국내 항공사 국내선 여객기의 하루 스케줄(그래픽 참조)을 보면 왜 이런 연착이 빚어지는지 금방 알 수 있다. 오전 6시 50분 김포공항을 이륙한 여객기는 울산에 착륙, 30분만에 다시 김포로 돌아온다. 30분 대기 후 다시 여수공항으로 향한다. 이렇게 김포공항을 축으로 팔도의 주요공항을 오후 9시까지 10차례 왔다 갔다 하는 식이다. 착륙 후 이륙하기까지 30분 동안 기내 청소부터 급유(給油), 정비까지 이루어지는 일련의 과정 중에 한 곳이라도 삐끗하면 다음 행선지까지 지연 또는 연착이 연달아 생길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저가항공사는 사정이 더 열악해 그라운드 타임이 25분밖에 되지 않는다. 모든 국내선 항공사가 이런 사정이다 보니 연착ㆍ결항이 되기 일쑤이고 안전까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실제로 한국공항공사에 따르면 항공기 접속에 따른 결항은 46.1%로, 기상악화에 따른 결항(40.4%) 보다 잦다.

모 항공사 정비사 유모씨는"승객이 내리고 타는 시간 등을 제외하면 실제 정비시간이 10~15분 될까 말까"라며 "'번개 정비사'라 불릴 정도로 빨리 끝내다 보니 나중에 사고가 나는 건 아닌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항공기 발권 업무를 맡은 직원도 "정비가 1분 초과되면 출발도 1분 늦어지고 그러면 항의가 빗발치기 때문에 웬만하면 무리해서라도 정시에 출발하려고 한다"고 하소연했다.

국토해양부에는 항공기 정비에 관한 규정은 있지만 항공기 운항 횟수를 제한하거나 그라운드 타임에 대한 규정은 없다. 3개월에 2번 기체 내외부를 청소ㆍ점검하는 A점검, 20개월에 1번 부품 교환하는 C점검, 7년에 한 번 기체를 분해해 정밀히 살피는 D점검이 전부다.

항공사들이 이처럼 무리한 운항을 감행하는 것은 보유항공기 수가 모자라기 때문. 항공사별 여객기 보유대수를 보면 대한항공은 114대, 아시아나항공 62대, 제주항공은 8대다. 항공사 관계자는 "항공기 대당 구입비가 비싸 그라운드 타임을 줄여서라도 비행 횟수를 늘릴 수밖에 없다"면서도 "그라운드 타임을 30분으로 잡은 것은 빡빡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물론 선진국 항공사도 그라운드 타임이 우리처럼 짧은 곳이 있지만 정비 규칙을 잘 지키고 대체항공기 투입도 잘 돼 운항에 차질을 빚는 경우는 별로 없다는 게 항공 전문가의 설명이다.

유광의 항공대 교통학과 교수는 "외국 예를 봐도 그라운드 타임이 짧은 걸 크게 문제 삼을 수 없지만 국내 항공사가 얼마나 탄탄한 매뉴얼과 관리 시스템으로 여객기를 운영하고 있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승임기자 cho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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