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내주신 정성은 미혼모ㆍ다문화 가정 자립, 가정폭력 예방 등에 지원될 예정입니다."
'사랑의 열매'(사회복지공동모금회) 후원회원인 회사원 정민아(32)씨는 매달 23일이면 이런 문자를 받는다. 후원금 5만원이 자동이체되고 사흘이 지나면 오는 메시지다. 한 달쯤 후엔 홈페이지를 통해 기부금의 쓰임새도 확인할 수 있다. 올해 4월부터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새로 시작한 '기부정보확인서비스'다. 정씨는 "내가 낸 돈이 언제 어떻게 쓰였는지 확인할 수 있어 더욱 보람 있다"고 말했다.
'어려운 이웃에게 줄 기부금을 직원 향응에 썼다'는 오명을 뒤집어쓴 지 1년.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명예를 회복하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해마다 12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이뤄지는 연말연초 집중모금캠페인인 '사랑의 온도탑' 행사를 앞두고서다. 4월부터 시작한 기부정보확인서비스도 그 노력의 일환이다. 이 외에도 비리직원 즉시 퇴출제, 시민감시위원회 도입 등 19가지 내부 쇄신책을 시행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국내에 하나뿐인 법정 전문모금기관이다. 한해 모금액은 3,319억원(2009년)으로 최대규모고, 인건비 등 관리ㆍ운영비는 법에 따라 모금액의 10% 이내에서 충당된다. 그러나 지난해 보건복지부 감사에서 회식비 등에 공금을 쓴 사실이 적발돼 큰 파장을 겪었다. 당장 눈에 보인 건 후원금의 감소였다. 해마다 10~12월은 후원금이 가장 많이 걷히는 시기인데 2009년에는 이 석 달간 개인 기부액이 518억1,600만원이었지만, 비리 파문이 일었던 지난 해 같은 기간에는 485억8,100만원으로 떨어졌다. 기부액수에 따라 온도가 올라가는 '사랑의 온도탑'은 100도에 달하지 못하고 94.2도에서 멈췄다. 이 행사를 시작한 2000년 이래 처음 있는 일이었다.
모금회 직원들에겐 아직도 감사 파문의 충격이 가시지 않은 듯 했다. 모금회에 덧씌워진 '후원금으로 단란주점에 가서 술이나 마시는 집단'이라는 이미지 탓이다. 한 관계자는 "단란주점의 '단'자만 나와도 놀란다"며 "심지어 1년간 노래방 근처에도 가지 않을 정도로 '노이로제'에 시달렸다"고 털어놨다.
정치권 등에서는 복지부가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공약인 의료안전망기금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서 마련하도록 압박하기 위해 감사결과를 부풀렸다는 뒷말이 나오기도 했다. 유흥비로 쓴 것은 5년간 1,300만원이었고, 나머지는 저소득층 주민교육장 설립비, 어린이집 건립이 무산되면서 회수가 덜된 비용 등이었지만 복지부가 싸잡아 7억5,000만원을 유흥비로 부당 집행했다고 발표했다는 것. 그러나 직원들은 내막에 대해 극도로 말을 아꼈다. 한 관계자는 "어떻든 당시 사건이 재론돼 오르내리게 되는 것 자체가 부담스럽다"며 "1년간 자정 노력을 한 만큼 신뢰를 되찾아 올해에는 연말 모금이 활발하게 이뤄지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김지은기자 lun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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