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내사 사건에 대한 검찰의 '사후 통제' 강화, 검찰의 수사지휘에 이견이 있을 때 경찰도 '재지휘 건의' 가능. 6개월 가까이 끌어온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조정 문제에 대해 국무총리실이 내놓은 강제조정안의 핵심은 바로 이 두 가지로 요약된다.
그동안 극심한 의견 차이를 보여왔던 검찰과 경찰 사이에서 총리실이 절충점을 찾으려 애쓴 흔적이 보이지만, '어정쩡한' 타협이 아니냐는 지적도 없지 않다. 이번 조정안에 대해 비록 온도 차는 있을지언정 검찰과 경찰이 모두 반발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총리실이 23일 발표한 개정 형사소송법 시행령에 따라 향후 수사 절차에 있어 가장 크게 달라지는 것은 경찰의 독자적인 내사 범위가 대폭 줄어든다는 점이다. 지금까지는 계좌추적이나 통신내역 조회, 피내사자 조사 등의 경우 사실상 경찰이 검찰의 구체적 지휘 없이 자율적으로 해왔지만, 앞으로는 분기별로 사건 목록과 요지를 검찰에 제출해야만 한다.
사건 관계인의 이의 제기가 있거나 인권 보호를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될 땐 검찰이 관련서류의 제출을 요구할 수도 있다. 지금까지는 경찰이 내사를 통해 범죄 혐의가 없다고 판단, 사건을 종결하면 검찰에 따로 보고를 하지 않아도 됐지만, 앞으로는 '사후 보고'의 형태로 검찰의 통제를 받게 된 것이다. 한마디로 경찰의 독립적 내사 활동은 정보 수집과 탐문 정도로 극히 제한된다는 얘기다. 경찰의 반발을 불러올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또 수사 절차상 이의가 제기되거나 동일 사건을 복수의 수사기관이 수사하는 등의 경우 검사의 송치 지휘가 있으면 경찰은 수사를 즉시 중단하고 사건을 검찰에 넘기도록 한 조항도 신설됐다. 이 역시 경찰이 '개악' 요소로 꼽고 있는 부분이다.
검찰도 불만이 없지는 않다. 무엇보다 검사의 수사지휘에 대해 경찰이 재지휘를 건의하거나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규정이 명문화됨으로써, 앞으로 특정 사건 수사 과정에서 경찰과의 불협화음이 불거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재지휘 건의의 적정성을 판단하는 주체는 어차피 검찰이라는 점에서, 검사의 권위나 자존심 손상 우려 차원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조정안에 따르면 경찰이 검찰에 수사 개시를 보고해야 하는 범죄도 종전 22개에서 13개로 줄어들었다. 교통방해의 죄, 통화의 죄, 상해치사ㆍ폭행치사의 죄, 강도의 죄 등 10개가 빠지고 13세 미만 아동 또는 장애인에 대한 성폭력범죄가 새로 추가됐다. 내란의 죄나 외환의 죄, 공안을 해하는 죄 등은 그대로 유지됐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대공ㆍ선거ㆍ노동ㆍ집단행동ㆍ출입국ㆍ테러 등의 공안 관련 중요범죄 수사를 개시한 때에는 검사에게 지휘를 건의하고, 입건 여부를 검사가 지휘토록 한다'는 조항이다. 폭력사건 등의 수사는 어느 정도 경찰에 일임하되, 공안 사건은 보다 철저히 수사지휘를 하겠다는 검찰의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총리실 안으로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가 더 이상의 진통 없이 마무리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총리실이 입법예고 기간(20일) 동안 추가 논의 가능성을 열어둔 데다, 경찰 측의 반발이 워낙 거세기 때문이다. 수사권 조정 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해소되기는커녕 오히려 재점화할지 모른다는 분석까지 나오는 이유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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