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23일 10ㆍ26 재보선에서 드러난 젊은층의 한나라당 외면에 대해 "(한나라당이) 그동안 부족한 게 많았기 때문에 벌받은 것"이라며 "엄청나게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이날 대전 한남대에서 대전권 대학 총학생회장단과 간담회를 갖고 "2040세대가 한나라당에 등을 돌렸다"는 한 학생의 지적에 "젊은이의 고통은 부모의 고통으로, 결국 국민 모두의 마음이 돌아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소통하는 부분에서 너무 부족함이 많았다"면서 현 정부의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불통'의 문제를 강하게 제기했다. 그는 이날 대학생들이 처한 어려운 현실을 강도 높게 지적함으로써 이명박 정부와 정책 차별화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았다.
박 전 대표는 이어진 대전대 특강에서 전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국회 본회의 처리에 대한 입장을 묻는 학생들의 질문에 "어제같이 비준안이 통과된 것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여야가 잘 합의해 (처리)하면 좋겠지만 그것이 잘 자리잡으려면 아직 정치가 멀었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어 "FTA가 우리 국익에 맞는 것이고 이번 회기 내에 처리해야 된다는 소신을 갖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박 전 대표는 이날 간담회와 특강에서 "적어도 학생들에게 제공하는 학자금은 물가를 빼면 거의 제로 금리로 해야 한다""학벌을 완전히 파괴해야 한다. 어떤 실력을 갖추면 성공할 수 있는가를 평가하는 '핵심능력인증제'를 도입해야 한다" 등의 언급을 하면서 젊은 층과의 공감대 형성에 주력했다.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이후 4년 만에 가진 이날 대학 특강에서 그는 확연히 변화된 모습을 보였다. 일방통행식 강연에서 벗어나 학생들과 적극 소통하려 했다. 그는 중간에 "의원과 코털의 공통점을 아느냐. 신중하게 뽑아야 한다는 것" 등의 '썰렁 개그'를 선보이기도 했다. "사랑을 해 봤느냐"는 한 학생의 질문에 웃으면서"그럼요. 안 해 봤다고 하면 인간이겠습니까"라고 받아넘겼다.
박 전 대표는 '상처'에 대해 언급하던 중 자신의 오른쪽 뺨을 내보이며 "유세를 하다 칼로 베었다. 아슬아슬하게 조금만 깊이 들어갔으면 오늘 여러분을 만날 수도 없었어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내 마음 속의 사진'을 주제로 한 특강에서는 사진 다섯 장을 차례로 스크린에 띄어 놓고 이를 통해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했다.
박 전 대표는 "한미 FTA 처리는 날치기가 아니냐" "학생들과 떡볶이 먹는 모습이 가식적으로 보인다" 등의 다소 껄끄러운 질문도 받았지만 여유를 잃지는 않았다. 박 전 대표는 "국민 한 분 한 분이 타고난 잠재력과 열정을 발휘하는 환경, 자기의 꿈을 이룰 수 있는 나라를 제가 정치를 마치기 전까지 꼭 만들어 내고야 말겠다"고 말하면서 강연을 마쳤다. 한편 행사장 앞에선 대전 지역 대학생 20여명이 "한미FTA 폐기하라""날치기 주범, 근혜 공주님"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박 전 대표의 행사장 진입을 막는 소동이 빚어지기도 했다.
대전=신정훈기자 h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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