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제44회 한국일보문학상 심사평/ 추리·서스펜스 소설 기법으로 이야기의 미궁 속으로 이끌어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제44회 한국일보문학상 심사평/ 추리·서스펜스 소설 기법으로 이야기의 미궁 속으로 이끌어

입력
2011.11.23 12:48
0 0

한 문학상의 성격과 권위는 그 상의 수상자들이 결정한다. 이문구, 이청준, 이병주, 최일남, 김원일, 윤흥길, 임철우, 이인성, 이창동, 신경숙, 성석제 등 '한국일보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들의 면면은 다른 문학상이 쉽게 넘볼 수 없을 정도로 화려하다. 이처럼 화려한 수상자들의 면면은 우리에게 두 가지 사실을 말해주고 있다. 그 첫째는 '한국일보문학상'은 늘 발전 가능성이 있는 뛰어난 신인을 수상자로 결정했다는 사실이며, 그 둘째는 이 상의 수상자들이 그러한 기대에 부응하여 독자적인 세계를 지닌 소설가로 성장했다는 사실이다.

본심에 올라온 작품은 단편 셋, 장편 둘로 모두 5편이었다. 그 중 최진영의 '돈가방'은 단편 세 편 중 비교적 잘 읽힌다는 것이 장점이었지만 돈 앞에서 가족들이 보이는 행태는 우리에게 이미 익숙한 풍경이어서 참신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김사과의 '더 나쁜 쪽으로'는 동시대 젊은이들의 암담하고 막막한 정서를 불안정한 소설적 형태로 대변한다는 것이 장점이었지만, 바로 그 점이 이 소설의 단점도 되고 있었다. 소설의 불안정한 서사적 구조는 이 소설을 고백적인 에세이처럼 느껴지게 만들고 있었다. 김성중의 '허공의 아이들'은 인류의 대재난을 예감케 만드는 상상의 세계를 펼쳐 보이고 있다. 김성중의 소설은 김사과의 소설과 마찬가지로 희망을 잃어버린 세대의 절망과 불안을 표출하지만 고백투가 아니라 서사적 사건의 흐름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훨씬 소설적이다. 그렇지만 그가 이전에 발표한 '개그맨'처럼 산뜻하게 마무리된 소설이란 느낌을 주지 못하는 것이 이 소설의 흠이었다.

장편인 조해진의 <로기완을 만났다> 와 최제훈의 <일곱 개의 고양이 눈> 중에서는 최제훈의 소설에 심사위원들은 주목했다. 조해진의 소설은 한 탈북자의 행적을 추적하는 방식으로 쓰여진 소설이지만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람의 숫자가 다수여서 이야기의 흐름과 초점이 자주 흐려지고 있었다. 또 인물과 인물 사이의 긴장된 교차관계가 없어서 술술 읽을 수는 있지만 단조롭다는 느낌을 피할 수 없었다. 반면에 최제훈의 소설은 너무나 잘 짜여진 소설이어서 곤혹스러웠다. 최제훈은 추리소설, 서스펜스 소설적인 기법으로 독자의 상상력을 유발시킨 후, 독자를 이야기의 미궁 속에 빠트리는 탁월한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평온하게 살고 있는 우리 인간들의 내면에 억눌려 있는 사납고 위험한 감정의 형태들을 돌이켜보게 만드는 미덕을 가지고 있었다.

심사위원 세 사람은 최제훈과 김성중의 소설에 대해 좀 더 논의를 한 후 최제훈의 소설이 한국소설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 보일 작품이라는 데 쉽게 의견의 일치를 보았다. 잘 계산된 이야기의 흐름에 정서적인 공감을 유발하는 장치가 더해진다면 최제훈은 앞으로 뛰어난 소설가로 성장할 것이다. 수상자에게 축하를 보낸다.

심사위원 도정일, 홍정선, 신경숙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