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형사소송법 개정 합의 이후 반년을 끌어온 검ㆍ경 수사권 조정의 구체적 방향이 결국 강제조정을 통해 결정됐다. 국무총리실이 밝힌 개정 형소법 시행령(대통령령)의 내용은 경찰의 내사 권한을 제한, 검찰의 통제를 강화하는 한편 검찰의 부당한 수사 지휘에 대해서는 이의를 제기할 수 있도록 경찰에 재지휘청구권을 부여한 것이 핵심 내용이다. 형식적으로는 그 동안 검찰과 경찰이 각각 제시해온 의견을 절충한 모양새이나 또다시 양측이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검찰은 형소법에 모든 수사의 검찰 지휘권을 인정하고도 정작 시행령에서는 지휘권을 과도하게 제약하고 있다는 점을, 경찰은 그 동안 관행적으로 이뤄져 온 독자적 내사 권한마저 검찰의 지휘를 받도록 한 점을 주로 문제삼고 있다. 그러나 경찰이 진행 중인 수사를 중단하고 곧바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토록 하는 '수사중단 송치명령' 조항에 대한 불만까지 겹쳐 반발은 경찰 쪽이 훨씬 크다. 개정 형소법에 경찰의 수사 개시ㆍ진행권을 인정하되 검찰의 지휘권을 포괄적으로 명시하면서 일찌감치 예상됐던 갈등의 재연이다.
우리는 검ㆍ경 수사권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현재 양 기관 어느 곳도 국민으로부터 충분한 신뢰를 받고 있지 못한 만큼 밥그릇 싸움으로 비칠 갈등을 지양하고 대신, 국민의 마음을 얻기 위한 자기개혁의 경쟁을 하도록 누누이 강조했다. 그리고 앞으로 사건 유형별 수사권 분리단계를 거쳐 장기적으로는 결국 수사권과 소추권의 분리로 나아가는 것이 시대적 흐름인 만큼 최소한의 현실을 반영한 수준인 6월의 형소법 개정안에 대해 서로가 반성하는 자세로 받아들일 것을 당부했다. 같은 맥락에서 이번에도 인권보호, 수사 투명성 확보니 하는 믿지 못할 명분으로 세 다툼을 호도하는 모습들은 볼썽사납다.
그렇더라도 조정안에서 내사지휘, 수사중단명령 부분은 개정 형소법의 수사현실반영 취지에 비춰서도 명백하게 퇴행적임은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도리어 조정 전보다 입지가 축소됐다는 경찰 측의 이의에 반박하기 어렵다. 입법과정에서 재조정을 충분히 논의해야 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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