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이금형(53) 광주지방경찰청장 직무대리(경무관)가 경찰 66년 역사상 첫 여성 치안감으로 내정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23일 오전 광주경찰청에는 긴장감이 돌았다. 한 경찰 직원은 "이 치안감이 얼마나 더 강공 드라이브를 걸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 내정자의 열정과 업무 스타일을 엿볼 수 있는 단적인 예다.
충북 청주 출신으로 1977년 순경 공채로 경찰에 입문한 이 내정자는 '뼛속까지 경찰'로 통한다. 그는 스스로도 "내 사고(思考)의 99%는 경찰 사고로 돼 있다"고 말한다. 이 내정자는 "1990년 경위로 승진해 경찰 간부의 반열에 들어서면서부터 민생치안에 대한 이론과 실제를 겸비한 프로경찰이 돼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여상 출신인 그는 그때부터 공부를 시작해 2008년 비행청소년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까지 땄다. 덕분에 아동ㆍ청소년 문제나 학교폭력, 성폭력 등 생활안전 업무에 관해서는 1인자로 불린다. 여경 기동수사반 전국 지방청 확대 설치, 성매매 피해여성 긴급지원센터, 성폭력 피해자 지원을 위한 원스톱지원센터, '182'실종아동찾기센터 설치 등이 모두 그의 작품이다. 이를 두고 경찰 내에서는 "여경으로서 남다른 소신과 뚝심 없이는 이루기 힘든 일들을 해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래서인지 그는 역대 세 번째 여성 총경, 두 번째 여성 경무관 이라는 타이틀과 함께 승진 가도를 이어가며, 여경들의 롤모델로 떠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그의 식지 않는 열정은 직원들의 거부감을 사기도 했다. 전임 청장이 함바집 비리사건에 연루돼 물러나는 등 각종 비리사건으로 수렁에 빠진 광주경찰청의 신뢰회복을 위한 '구원투수'로 올해 5월 부임한 그는 조직 쇄신을 위해 직원들을 강하게 몰아붙였다. 한 경찰서에서 15년 이상 장기 근무한 경찰관을 타 경찰서로 전환 배치하고, 경찰서 민원 업무를 지구대ㆍ파출소로 확대 실시하는 등 업무 강도도 높였다. 이에 광주경찰청의 치안 시스템이 어느 정도 수준에 올랐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직원들 사이에서는 "자신의 영달(치안감 승진)을 위해 몰아 붙인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나왔다. 직원들은 이 내정자에게 드라마 의 인물인 '미실'이라는 별명까지 붙였다.
이를 의식한 듯 이 내정자는 인터뷰 내내 "직원들과 진정성을 갖고 교감하려 했지만 안 됐던 부분이 있다. 이제 직원들 입장을 한 번 더 이해하고 소통하면서 일하겠다"는 말을 수 차례 했다. 그는 "첫 여성 치안감으로서 사회적 약자와 서민을 위해 실천하는 지휘관이 되겠다"며 "이게 나를 승진시킨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광주=안경호기자 k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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