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총리실이 23일 경찰의 내사 범위를 축소시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검ㆍ경 수사권 조정 관련 '대통령령 제정 직권 조정안'을 입법예고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6개월여 갈등에도 검경이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사실상 강제 조정된 이 안에 대해 경찰이 수사권 축소 등을 이유로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어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임종룡 국무총리실장은 이날 브리핑을 갖고 "검경 수사권 관련 정부 내 협의ㆍ조정이 완료돼 형사소송법의 개정 취지, 국민 인권, 수사 절차의 투명성과 효율성을 고려해 조정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조정안에 따르면 경찰은 피의자 조사와 긴급체포, 신병구속, 주거지와 건조물의 압수수색 등에 대해 검찰에 의무적으로 보고해야 한다. 경찰은 또 압수수색과 검증영장 신청, 현행범인 체포 등에 대해 분기별로 사건 목록과 요지를 검찰에 제출해야 한다. 대신 경찰에는 수사 개시권과 함께 검찰의 수사지휘에 대해 재지휘를 청구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다. 대검찰청과 경찰청 간 수사제도 개선을 논의할 수 있는 수사협의회도 두기로 했다.
경찰은 조정안에 대해 "자율적으로 할 수 있는 내사가 단순 정보수집에 국한됐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조현오 경찰청장은 이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조정안은 내사 부문이 지금보다 개악됐다"며 "경찰은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박종준 경찰청 차장은 총리실 발표 직후 "조정안은 경찰을 수사 주체로 인정하는 내용으로 지난 6월말 국회에서 통과된 개정 형사소송법의 취지를 전혀 살리지 못했다"며 "입법예고 기간에 총력을 다해 형소법 개정 취지에 맞게 수정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청 관계자는 "내사는 수사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은 검찰도 과거부터 인정했는데 이제 와서 검찰과 총리실이 기존 합의를 뒤집었다"고 지적했다. 경찰 내부 게시판에는 "기존 수사권까지 침해 당한 만큼 차라리 협의를 안 한 것만 못하다" "이렇게 경찰의 수사권이 침해된 바에야 수사경과(수사 주특기)를 모두 포기하겠다"는 내용의 불만과 반발의 글이 잇달아 올랐다.
정치권도 총리실 조정안에 수긍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국회 행안위 소속 김정권 한나라당 의원은 "형소법 개정 취지에 반하는 안이 나와 국회의 입법권이 무시됐다"며 "총리실에 강력한 (항의의) 뜻을 전달하고 입법예고를 연기시킨 뒤 형소법 개정안을 국회에서 다시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민승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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