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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최루탄 국회'에서 통과됐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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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최루탄 국회'에서 통과됐지만

입력
2011.11.23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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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가 첨예한 대립을 보였던 한미 FTA 비준안이 22일 오후 한나라당의 기습처리에 의해 통과됐다. 비준안 강행처리에 항의하는 민주노동당 의원이 터뜨린 최루탄 가스가 남아있는 의사당에서 한나라당이 4년 반을 끌어온 비준안을 단독 처리하는 장면은 한국 정치의 파행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승자는 없었던 FTA비준안 싸움

사실 여당의 비준안 단독처리는 어느 정도 예고된 수순이었다. 지난 달 미 의회에서 비준안이 통과된 이후 당정은 내년 1월 발효를 위해 비준안을 연내 처리해야 한다는 방침을 정한 반면, 민주당은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가 경제주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점을 문제 삼아 ISD제도에 대한 재협상을 요구해왔다. 야당을 설득하기 위해 15일 이명박 대통령이 국회를 전격 방문, 우선 국회에서 비준해주면 3개월 내에 ISD제도에 대한 재협상을 약속했지만 민주당이'선 재협상, 후 비준안처리'라는 기존당론을 고수하면서 사실상 합의처리는 어려워진 상황이었다.

미래 한국의 경제ㆍ전략적 위상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한 한미 FTA 비준안에 대한 합의처리가 끝내 무산되고 여당에 의해 단독으로 통과된 현실은 한국 정당정치의 위기를 다시 보여줄 뿐만 아니라, 앞으로 FTA를 둘러싼 여야대립과 사회갈등이 지속될 것이라는 점을 예고한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내에 비준안 합의처리를 주장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고, 실제로 상당수 여야의원들이 협상을 해왔기 때문에 이번 강행처리는 아쉬움이 크다.

특히 제 1야당인 민주당이 자신들의 집권 시기에 체결한 협정의 비준을 반대하는 무책임한 태도를 나타낸 것은 실망스럽고 이해하기가 어렵다. 민주당 지도부의 상당수가 노무현 정부 시절 한미 FTA에 관여했거나 지지하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민주당이 이를 반대하거나 재협상을 요구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은 자기모순이고, 이러한 입장변화의 논리도 궁색하고 모호하다.

지난 달 미국 상ㆍ하원이 비준안을 통과 시킨 상황에서 민주당이 요구하는 ISD에 대한 전면적 재협상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점을 모를 리 없는 민주당 지도부가 이를 빌미로 끝내 비준안에 대한 합의처리를 거부한 것은 당내외의 복잡한 정치적 상황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먼저 민주당으로서는 내년 양대 선거를 앞두고 야권 통합과 연대에 사활을 걸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분명한 FTA비준 거부 입장을 가지고 있는 민노당 등 진보진영을 의식해서 이번 비준안 합의처리를 거부한 것으로 추측된다. 또한 민주당내의 리더십 부재와 이로 인한 선명성 경쟁 때문에 합의처리를 거부하는 강경론자들의 목소리가 온건 협상파를 압도하였다고 볼 수 있다.

정부여당은 야당의 저지를 뚫고 비준안을 단독 처리할 수 있었던 것에 안도하기 보다는 이번 강행처리로 정국이 냉각되고 국민들의 정치불신이 커지는 것에 대한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 이번에 야당이 합의처리를 거부한 배경에는 정부여당과 야당과의 소통부재와 대결의 정치가 자리 잡고 있고 그 일차적 책임은 여당에 있다. 무엇보다도 정부여당은 논란이 되었던 ISD제도에 대한 추가협상을 서두르고 농업 등 피해부문에 대한 대책을 재점검해서 FTA를 둘러싼 갈등이 지속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정치적 파장 최소화에 힘 모아야

비준안 강행처리의 정치적 후 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FTA 비준안이 단독 처리된 후 민주당이 국회 일정을 전면 중단하고 본 회의장에서 항의 농성에 돌입하면서 향후 정국이 경색국면에 빠져 들고 새해 예산안 처리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또 비준안 처리를 둘러싼 정치권 밖의 갈등과 대립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한미FTA 비준안 처리과정은 18대 국회에서 고착화된 여야의 대결정치를 끝내고 생산적 정치를 복원시키는 과제가 시급하다는 점을 다시 일깨워주고 있다.

이내영 고려대 교수 ·아세아문제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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