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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 '원자력 강국'을 꿈꾸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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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 '원자력 강국'을 꿈꾸려면

입력
2011.11.23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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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 산업이 신성장 동력이 될까? 정부가 잇따라 내놓은 '원자력 강국' 구상을 접하며 반사적으로 떠올린 의문이다.

어제 지식경제부가 시안을 공개한 '원전기술 국가 로드맵'(Nu-Tech-2030)은 2030년까지 세계 원전시장 점유율 20%를 달성, 미국ㆍ프랑스와 함께 3대 원자력 강국이 되겠다는 목표를 담았다. 21일 원자력진흥위원회가 의결한 제4차원자력 진흥종합계획(2012~2016년)은 현재 공사 중인 6기의 원전을 예정대로 2016년까지 완공해 원자력 발전 비율을 37.5%로 끌어올리는 등의 계획을 담았다.

능력과 시장환경 갖춰졌지만

연구용 원자로와 상용원전을 각각 요르단과 아랍에미레이트(UAE)에 수출한 실적에서 보듯, 원자력 산업을 고부가 가치 수출산업으로 키워나갈 수는 있다. 다만 그러려면 원자력 중심의 국내 에너지 정책을 피할 수 없다. 국내 원자력 발전 확대는 원전 건설ㆍ운용 능력을 드러내 보이는 기술적 검증 수단이기도 하지만, 도의적으로도 나라 안에서 홀대를 받는 원전을 밖에다 팔려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원자력 강국으로 가는 기본 조건인 독자기술 개발은 순조로운 모양이다. 지난해 6월에 계측제어시스템(MMIS) 개발이 끝난 데 이어 내년 말까지 원전설계핵심코드 및 원자로냉각재펌프(RCP) 개발을 끝내 원전 관련 3대 핵심기술을 확보한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를 바탕으로 안전성과 경제성을 한층 끌어올린 최신형 경수로(APR+)를 개발해 독자적 원전 수출에 나선다는 게 정부의 계획이다.

완공된 신고리 1호기와 건설 중인 신고리 2호기와 신월성 1ㆍ2호기에 채용된 1,000㎿급 개선형 한국표준형원전(OPR1000)을 개량한 1,400㎿급 신형경수로(APR1400)는 건설 중인 신고리 3ㆍ4호기와 신울진 1ㆍ2호기에 채용됐고,

UAE에도 수출됐다. APR+는 그 후속 노형으로 운전수명이 60년에 이르고, 외부 전원 공급이 끊겨도 최소 3일은 원자로의 안전 냉각이 가능하다는 게 지경부 설명이다.

시장환경도 긍정적이다. '세계의 공장'인 중국은 물론이고, 동남아시아 각국과 인도를 비롯한 서남아시아의 산업화에 속도가 붙으면서 전력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반면 이산화탄소를 비롯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노력이 지구적 의무로 떠올라 화력발전 의존에 제동이 걸렸다. 독일이 신재생에너지 위주의 원전 축소 정책으로 방향을 튼 데 이어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겪은 일본이 동결 정책을 굳힘에 따라 시장경쟁이 많이 누그러졌다. 남의 불행을 기회로 삼는다는 도의적 비난만 빼면, 절호의 시장확대 기회로 여길 만하다.

이처럼 기술능력과 시장환경이 고루 갖춰졌는데도 '원자력 강국'에 대한 의문이 끊이지 않는 것은 국민적 공감대 형성 절차가 빠진 때문이다. 온실가스 문제가 날로 심각하고, 대규모 정전의 고통을 겪었고, 겨울철 전력대란이 예고되는 등의 '유리한' 여건도 일방적 정책결정 앞에서는 빛이 바랜다. 아니, 이명박 대통령이 원자력을 '녹색 에너지'로 분류한 순간 소통 가능성은 사라졌다. '녹색'에서 청정과 안전을 함께 느끼는 일반인의 상식에 어긋났다.

다음 정권이 국민공감 얻어야

사실 "신재생 에너지만으로는 에너지 수요를 감당할 수 없어 원자력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주장 자체는 많은 사람이 고개를 끄덕일 만하다. 신재생 에너지 개발의 필요성은 누구나 인식하지만, 당장 연 2% 이상 늘어나는 에너지 수요를 채울 수 없다. 결국 방사능 위험과 에너지 공급의 효율성을 저울질해 차악(次惡)으로 원자력을 택하면서도, 눈길은 신재생 에너지에 두게 마련이다. 그런데 같은 말을 이 대통령이 하면 신재생 에너지에 대한 소극적 자세만 부각된다.

이런 상황에서 '원자력 강국'의 꿈이 제대로 익을 수 없다. 건설 중인 원전은 어쩔 수 없더라도, 2013년 착공할 신고리 5ㆍ6호기부터는 다음 정권이 국민적 논의를 거쳐 결정하는 게 낫다.

황영식 논설위원 yshw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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