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은 부채감축을 위한 분명한 나침반을 갖고 있다”(앙겔라 메르켈 총리)
“전 세계가 독일 재정정책의 성과와 건전성을 신뢰한다”(볼프강 쇼이블레 재무장관)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의 맏형인 독일 경제를 보는 지도부의 자신감을 표현한 말이다. 유로존 재정위기가 불거질 때마다 등장해 그리스 등 부도위기에 처한 나라들의 생사를 쥐락펴락한 것을 보면 그럴 만 하다.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확대, 그리스 채권 보유 은행들의 헤어컷(탕감) 비율 상향 등은 독일이 만들어내 작품이다.
그러나 독일 주간 슈피겔은 독일 경제에 대해 정반대의 전망을 내놨다. 이 잡지는 21일자 최신호에서 “독일 역시 재정위기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며 가장 큰 문제가 정부의 공공부채를 지적했다. 독일의 부채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80%를 넘어섰는데, 이는 이탈리아(120.5%)보다는 낮지만 스페인(73.8%)보다 높다. GDP 대비 부채가 20%인 룩셈부르크의 장 클로드 융커 총리는 “그 정도면 재난 수준”이라고 했다.
고쳐지지 않는 정부의 헤픈 씀씀이도 문제다. 독일 정부는 적자를 GDP의 1.3%에서 내년에 1% 이하로 내리겠다면서도 자녀탁아 보조금, 공무원 연말 보너스, 민간보험 보조금 지원 증액 등 오히려 정부 지출을 늘리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슈피겔은 “연정을 구성하는 친기업 성향의 자유민주당(FDP)이 돈 쓰는 재미에 빠졌다”고 비판했다. 독일 중앙은행인 분데스방크 옌스 바이트만 총재는 “세금이 줄줄 새고 있다”며 “독일이 재정균형을 맞출 시기를 놓쳐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경제 성장세도 점차 둔화하고 있다. 독일경제연구소는 최근 내년 성장률을 2%에서 0.8%로 하향 조정했다. 유럽연합(EU) 헌법인 마스트리흐트 조약(1992)이 규정한 부채 비율(60%)을 맞추려면 균형예산을 넘어 흑자재정을 이뤄야 한다. 독일은 2002~2006년 내리 만성적자에 시달렸다.
바클레이즈 캐피털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토르스텐 폴레이트는 “10년 내 2.7%, 5년 내에는 4.7%의 흑자를 기록해야 한다”고 전망했다. 폴레이트는 이어 “경기침체가 이어지고 세수마저 감소한다면 긴축 프로그램을 실행하거나 신용평가사의 재평가를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성기기자 hangil@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