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주의 국가 쿠바의 경제개혁 속도가 눈부시다. 최근 52년 만에 처음으로 부동산 매매를 허용하더니 이번에는 거주이전 자유의 족쇄가 됐던 법령을 일부 완화했다.
쿠바 관영지 가제트는 22일 “정부가 수도 아바나에 직계 가족이 있는 사람에 한해 자유로운 이주를 허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전까지는 아바나에 합법적 영주권을 가진 직계 가족이 있더라도 당국의 승인을 받아야 이주가 가능했다.
쿠바는 1990년대초 핵심 무역파트너였던 소련이 붕괴된 뒤 경제위기가 불거지자 산업시설과 관광명소가 밀집한 아바나로 인구가 몰릴 것을 우려해 이주제한 규정을 만들었다.
AP통신은 “아바나에 살면서도 거주를 입증할 수 없었던 사람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쿠바 정부는 4월 제6차 공산당 대회에서 313개의 고강도 경제개혁안을 발표한 이후 후속 조치를 빠르게 이행하고 있다. 이달 10일에는 가장 획기적인 개혁안으로 평가받는 주택매매를 허용하는 등 사유재산권의 토대를 마련했고, 21일 농민들이 정부의 재배급 절차 없이 국영 호텔과 음식점에 농산물을 납품할 수 있는 길도 터줬다. 또 자동차 매매 자유화, 국유지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의 임대차 허용 등 시장경제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각종 개혁 조치들이 단행됐다.
그러나 쿠바 경제의 급속한 변화에 대한 부정적 시각도 많다. 개혁의 진정성을 떠나 반세기 넘게 사회주의 경제체제에 길들여져 온 탓에 내적 부작용이 만만치 않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는 “혁명 이전 쿠바의 최대 골칫거리는 빈부격차에 따른 계층분화 문제였다”며 “아바나에 집중된 경제력 편중 현상은 국민의 동질성을 저해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쿠바 정부가 지방과 도시에 각각 부동산 1건씩만 소유하도록 제한 규정을 둔 것이나 개인간 농산물 직거래는 여전히 금지하는 등 개방 수위를 조절한 것도 자본주의 실험이 가져올 후폭풍을 염두에 뒀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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