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이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다른 나라와의 FTA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정부는 일단 “다른 FTA는 서둘지 않겠다”며 숨 고르기에 들어간 모습이지만, 호주 콜롬비아 등 현재 협상이 진행 중인 국가와의 FTA는 연내 타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특히 한ㆍ호주 FTA 협상은 한미 FTA 비준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국내 수입 쇠고기 시장 점유율 1위(5월 기준 47.2%)인 호주 입장에선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한미 FTA가 내년 초 발효되면 현재 미국산 쇠고기에 부과되는 관세(현재 40%)가 매년 2.67%씩 단계적으로 낮아져 그만큼 값이 싸진다. 국내 수입 쇠고기 시장에서 호주의 턱밑까지 쫓아온 미국산 쇠고기(점유율 37.9%)의 가격 경쟁력이 더욱 높아질 게 분명하니, 호주로선 조바심이 나는 게 당연하다.
우리나라도 주력 수출품인 자동차의 호주시장 점유율을 높여야 하는 상황이라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다. 현재 우리 자동차의 호주시장 점유율은 10%로, 경쟁국인 일본(55%) 미국(25%)에 비해 크게 뒤떨어져 있다. 특히 호주가 태국과 FTA를 맺는 바람에 태국에 공장을 보유한 일본 업체들이 현지 생산한 자동차를 호주에 무관세로 수출하고 있어 시장 점유율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다.
한ㆍ콜롬비아 FTA도 지난달 5차 협상까지 마무리 돼 가시권에 들어온 상태다. 양국은 서비스ㆍ무역 관련 기술장벽 등 12개 항목에 합의하고 쇠고기 등 일부 쟁점만 남겨 놓았다.
한ㆍ중 FTA는 양국이 필요성에 공감해 산ㆍ관ㆍ학 연구를 마쳤지만, 입장 차이가 커 민감성 높은 품목을 점검하는 단계다. 민감성 협의 이후에도 공청회 개최, FTA추진위원회 심의, 대외경제장관회의 의결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하는 만큼 연내 현상 개시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ㆍ중ㆍ일 FTA 또한 서로 이견을 보여 난항을 겪고 있다.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의 이시형 통상교섭조정관은 23일 “그 동안 한미 FTA에 집중하느라 물리적으로 다른 FTA 협상에 인력을 투입할 수 없었지만, 앞으로는 밀도 있는 협상을 할 수 있다”며 “다음 FTA는 서둘지 않고 착실히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진행 중인 한ㆍ호주 FTA, 한ㆍ콜롬비아 FTA 협상은 쟁점이 남아 있어 금방 끝날 것으로 보지 않는다”면서 “한ㆍ중 FTA 협상 개시는 준비되는 상황을 보고 판단해야 하고, 일본과의 FTA 역시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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