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전통을 쌓는 것은 오래 걸리지만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이라는 것을 항상 명심하고 있습니다."
일본을 대표하는 종합상사인 이토추상사의 고바야시 에이조(小林榮三) 회장은 153년 동안 기업이 영속해 온 비결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유엔글로벌콤팩트(UNGC) 한국협회가 22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주최한 '글로벌 CSR 컨퍼런스'에 참석한 고바야시 회장은 한국일보와 단독 인터뷰를 갖고 "일본에는 1,000년이 넘은 기업이 8개, 100년이 넘은 장수기업이 2만여개"이라면서 "이러한 기업의 특징은 신뢰를 가장 중요시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UNGC는 인권ㆍ노동ㆍ환경ㆍ반부패 분야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을 다하려는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가입해 이뤄진 단체로, 이승한 홈플러스회장이 한국 협회장을 맡고 있다. 이토추상사는 2005년 4월에 UNGC 회원이 됐다. 고바야시 회장은 "창업자 때부터 내려온 구매자ㆍ판매자ㆍ사회에 모두 도움이 돼야 한다는 뜻의 '산포요시(三方よし)정신'이 글로벌콤팩트의 취지와 거의 같다고 생각해 동참했다"면서, "원료 생산부터 제조 판매의 전 과정을 관리하면서 인권, 노동,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고 보고서를 내고 있다"고 밝혔다.
이토추상사는 전세계 곳곳에 구축된 네트워크를 활용, 글로벌 레벨의 사회공헌 활동을 하고 있다. 고바야시 회장은 보루네오의 오랑우탄 지키기에 전사적 참여를 하고 있고 아시아 학생들이 일본에 와서 공부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 등을 예로 들었다.
이토추상사는 고 세지마 류조(瀨島龍三) 전 회장 당시부터 국내 정ㆍ재계와 밀접한 관계를 맺어 온 기업이다. 이토추상사를 지금의 대기업으로 키워낸 세지마 전 회장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관동군 시절 상사였던 군 출신. 우리나라 역대 군사정권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한일 관계에 막후 조정자 역할도 했었고, 고 이병철 삼성 회장 등 국내 재벌 총수들의 멘토이기도 했다.
그때부터 시작된 이토추상사와 국내 기업과의 우호관계는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지난해 고바야시 회장이 전국경제인연합회 초청으로 방한했을 때는 구본무 LG그룹 회장과 만나 기업의 사회적 책임 등에 대해 논의하기도 했다.
현재 일본경제는 저출산 고령화 장기불황 등 추세적 하락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 하지만 고바야시 회장은 "인구 감소나 고령화는 일본만의 문제가 아니다"면서 "일본 경제가 세계화와 자유무역 확산을 통해 나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과 미국이 추진 중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아시아 역내에서 추진되는 자유무역협정(FTA) 등을 통해 상호 교역이 증가해야 한다는 것. 그는 일본 내 일부 TPP 반대 움직임을 의식한 듯 "그 동안 일본에서 세계화라고 하면 '일본 것이 세계로 나가는 것'만 뜻했다"면서 "반대로 세계의 것이 일본에 들어오는 것도 세계화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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