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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논쟁] 혼외출산, 저출산 대책 될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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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논쟁] 혼외출산, 저출산 대책 될 수 있나

입력
2011.11.22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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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 대책의 하나로 혼외출산을 인정하자는 한국개발연구원(KDI) 보고서가 논란이다. 저출산 현상이 얼마나 심각하면 국책 연구기관이 이런 주장을 하겠느냐는 옹호론이 있지만 가정붕괴 현상을 초래할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변화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사회적으로 낙인 찍히는 미혼부모와 한 해 1,000여명을 웃도는 해외입양아 등 국내 현실을 먼저 직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금이라도 빨리 이들을 제도권으로 불러들여야 한다는 논리다. 변 연구위원은 "저출산 대책의 핵심은 어떤 가족형태라도 아동을 안전한 환경에서 키울 수 있게 하는 것"이라며 "사회적 개입이 필요한 시점이 됐다"고 강조했다.

반면 김병관 아주대 사회학과 교수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반박한다. 전체 출산율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한 혼외출산은 미봉책일 뿐이라는 주장이다. 김 교수는 "우리가 추구해야 할 저출산 대책의 개요는 이미 다 파악돼 있다"며 "결혼한 부부가 출산을 선택하도록 유도하고 지원하는 정책들이 더욱 시급하고 효과적"이라고 못박았다.

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 찬성

우리나라는 초저출산 국가다. 2019년부터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 14% 이상이 되는 고령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예측된다. 정부는 다각도에 걸친 대책을 제시하고 있지만 한번 떨어진 출산율은 좀처럼 올라가지 않고 있다. 더 이상 여성들은 아이를 많이 낳지 않으려 한다. 아이를 낳고 싶어도 경제사회적 환경이 허락하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경제적으로 독립하고, 안정적인 입지를 확보하고자 할 때 남녀 모두 결혼을 늦추거나 아니면 아이를 적게 낳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또한 세계적으로 유래 없이 높은 교육열로 인해 자녀에 대한 교육비가 너무 부담스러워 초저출산을 부추긴다.

사람들은 출산율 증가를 위해 미혼 남녀를 결혼시켜야 한다고 한다. 이는 결혼을 한 뒤 자녀를 낳아 진정한 의미의 새로운 가정을 꾸리는 전통적인 방법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결혼을 하지 않더라도 자녀가 출생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미혼부모가 있다는 현실을 우리는 간과하고 있다.

한국은 해외입양이 연간 1,000명을 웃돌고 있다. 국내입양도 잘 안 된다. 출산을 장려하는 가운데 이미 태어난 아이들은 부모가 결혼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외국으로 내보내거나 시설로 보내진다. 미혼부모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으로 인해 이들의 상당수가 양육을 포기한다. 자신이 아이를 키우고 싶지만 주위 따가운 시선, 경제적 어려움으로 아이를 키우지 못하고 입양을 보낸다. 아이를 키우는 미혼부모는 사회적으로 낙인 찍힌다. 반대로 아이를 입양시킨 부모는 부모로서 책임을 다하지 못해 지탄 받는 등의 책임에서 자유로운 게 현실이다. 어찌 보면 매우 이율배반적이다.

잠시 유럽의 인구정책을 들여다보자. 가톨릭교가 전통인 북유럽 국가에서도 산업혁명 시기 이후 미혼모 임신과 출산이 증가했다. 이들은 사회적으로 매장당했고, 아이들은 고아원에 맡겨졌다. 그럼에도 미혼모는 점점 증가했다. 이후 북유럽국가들은 이들을 낙인화하는 것이 최선이 아니라는 것을 간파했다. 아동은 국가의 장래이므로 이들이 건강해야 국가가 건강하다고 생각의 틀을 바꾼 것이다. 따라서 어떠한 형태의 가족이라도 일정소득 이하일 경우 아동수당을 지급했다. 특히 한부모가 키우는 가정 아동에게는 어머니 친권강화와 더불어 가정에서 아이를 키울 수 있도록 사회적 환경을 조성했다. 즉 가족에 대한 관념을 결혼이란 제도아래서만 형성된 전통적 관점이 아니라 한부모라도 아이를 건강하게 키우려는 의지가 있는 가정까지 확대한 것이다. 북유럽 사례로 미루어 알 수 있는 것은 인구증가 정책은 결혼만을 장려해 단순히 인구 수를 늘리는 것이 아니란 점이다. 모든 아이들이 건강하게 살 수 있도록 출산과 육아의 질적인 개선책을 시행해야 자연스럽게 그 결과가 출산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한때 심각한 저출산이 문제였던 북유럽 등의 지역은 실제 인구가 점점 증가하고 있다.

미혼부모 자녀양육을 정부가 지원할 경우 가족이 해체되면서 여러 가지 문제를 초래해 사회가 위기상황에 처하게 된다는 걱정도 있다. 그러나 미혼부모 가정을 인정하고 혼외출산을 인정할 경우 전통적인 가족윤리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주장은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부모로서 자격을 갖추지 못한 남녀가 결혼해 아이를 낳아 겉모습만 제대로 갖춘 가정을 꾸리는 것은 의미가 없다.

저출산 대책에서 중요한 점은 어떠한 형태 가족이라도 아동을 안전한 환경에서 키우는 것이다.

개인의 선택자유가 보다 존중되는 다양한 가족형태가 점점 늘고 있다는 현실을 감안해서라도 전통적인 가족 이외의 다른 형태 가족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는 사회적 개입을 통해 해결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궁극적으로는 특별히 미혼부모를 위한 가족정책을 별도로 구상하기 보다는, 소득조사를 통해 스스로를 부양할 수 없는 모든 사람이 사회지원책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결국 모자복지정책은 사회보장정책 속에 흡수돼야 하기 때문이다.

즉 미혼부모 가족은 임신을 하면 임신수당을 지급하고, 아이를 혼자 돌 볼 수 없다면 사회가 도와주고, 출산 후 유급휴가를 1년까지 주며, 양질의 어린이집과 유치원은 어려움 없이 선택할 수 있는, 우리가 추구하는 보편적이고 포괄적인 가족정책 틀 내로 흡수돼야 한다.

변화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반대

최근 우리나라 대표적 국책연구기관인 KDI에서 저출산 위기에 대한 대책으로 혼외출산을 촉진하기 위해 사회전반의 인식 변화를 촉구하는 내용을 담은 연구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가 의도했던 바가 의제 제기였다면 충분히 성공한 셈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필자는 초저출산 덫에 빠진 것으로 우려되는 우리사회 위기가 그만큼 절박하다는 보고서의 인식을 공유하면서도 보고서가 제시한 해법에는 공감할 수 없다.

보고서는 저출산 원인으로 비혼과 만혼 증가에 주목하고 이 추세가 불가역적일 것이므로 이들이 출산을 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 조성과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혼외출산에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보고서는 근거로 유럽 일부 국가 예를 들고 있다. 그러나 북유럽 국가 저출산 추세 탈출이 혼외출산 활성화에 기인한다는 주장은 지나치게 평면적이다. 북유럽 국가들 경우 출산 선택에서부터 임신·출산·양육 전 과정에 국가재정을 바탕으로 적극 개입한다. 우리 사회보다 출산친화적인 환경을 구축하고 있기 때문에 출산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이지 동거와 혼외출산을 장려하기 때문이 아니라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기혼자 출산 기피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미혼자 혼외출산을 통해 해결하자는 주장은 문제 본질을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것이다. 젊은이들이 삶의 형태로 독신이나 동거를 선택하고 또 부담 없이 혼외출산을 하도록 장려하고 유도하기 앞서, 이들이 기꺼이 결혼과 출산을 선택할 수 있도록 장애요인을 해소하고 필요한 변화와 지원을 모색하는 게 우리사회 소임이다.

미혼부모, 혼외출생아동, 한부모가정에 대한 편견과 제도적 배제는 성숙한 사회에서는 허용되지 않아야 한다. 다양한 가족형태를 수용하기 위한 관련 법 제도와 정책 정비가 필요하다. 하지만 이는 기본권 보호와 사회적 포용 차원에서 이뤄질 것이지, 저출산 대책으로 강조돼야 하는 것은 아니다.

저출산위기 심각성을 고려하면 혼외출산 장려도 사회적 선택지에서 배제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이러한 극단적 대응책을 선택하기에는 우리가 해야 할,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이 남아 있다. 정부는 제1차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2006~2010)에 따라 저출산, 고령화, 성장동력 등 3개 부문에 42조원 예산을 투입해 다양한 사업을 추진해 왔으며 현재 제2차 단계에 있다. 이 사업에 대한 한 국책연구기관 연구에 따르면 지금까지 저출산정책은 기본적으로 취약계층을 위한 복지정책과 보육에 치중돼 정책대상과 정책주체 다양성을 고려하지 못했다. 또 정책 성격이 분명하지 않았고 재정투입 정도의 미약함 등 문제로 정책 효과성이 미흡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처럼 제대로 된 대응책 모색을 겨우 시작해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 진력해야 하는 단계에서 모든 것을 우회해 혼외출산 지원 및 장려를 대응책으로 추구한다는 것은 선후와 경중의 혼란이다. 비전·목표와 수단 뒤바뀜이다.

우리가 추구해야 할 저출산 대책 개요는 이미 다 파악돼 있다. 정공법에 해당하는 대응은 젊은이들이 결혼을 선택하지 못하게 하는 상황적 조건을 개선하는 것을 우선 들 수 있다. 고용문제, 주거문제 등에 대한 지원이 그것이다. 젊은이들 의식 문제도 짚어져야 한다. 혼인상태 부부가 출산을 선택하도록 유도하고 지원하는 것도 핵심적이다. 출산과 양육에 대한 지원체계를 강화하고 일과 가정 양립을 어렵게 하는 제도와 의식 및 관행에 대한 전면적 조정을 시급히 시행해야 한다. 또 직장에서 출산·양육·가정 친화적 환경과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자녀 양육이 지나치게 많은 자원을 부모로부터 요구하는 무한경쟁이 되지 않도록 사회적 분위기와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사회적으로 불필요한 혼란과 비용을 추가적으로 발생시키지 않으면서 우리 사회 삶의 질과 경쟁력을 향상시키는데 기여하는 방책은 이런 것들이라고 본다.

중요한 한가지. 저출산 위기에 대한 대응책은 저출산 양적 해소에만 국한돼서는 안 된다. 양 문제로 비롯된 위기를 질 문제로 접근할 수도 있다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저출산이라는 양적 문제에 대한 해법은 출산율 제고의 양적 접근과 우리 사회와 경제 전반 질적 제고라는 접근에서도 찾아야 한다. 양과 질적 접근의 조화, 불필요한 혼란과 비용을 최소화하며 가치와 이익의 최적조합을 찾는 다차원적 접근이야말로 저출산 위기 대응 상책에 해당할 것이다.

김병관 아주대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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