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청이 서울 경기 강원 등 일부 지역에 첫눈이 내렸다고 발표한 22일 인터넷과 트위터는 하루 종일 '첫눈' 인정 여부에 대한 논란으로 들끓었다. 기상청이 "오전 5시10분~20분에 온 이슬비에 싸락눈이 섞여 내렸다"고 발표했지만 많은 서울시민은 "우리 동네에는 안 왔다", "그렇게 잠깐 약하게 내린 눈이 어떻게 첫눈이냐"며 잠든 사이 도둑처럼 왔다 간 첫눈에 섭섭해했다.
온라인 상에서 벌어진 '첫눈 논란'에 대해 기상청은 "풍성한 첫눈을 기대했던 사람들의 실망감은 이해하지만 첫눈의 기준은 세계 표준"이라고 밝혔다.
세계기상기구(WMO) 관측 기준에 따르면 땅에 쌓이지 않더라도 싸락눈, 진눈깨비 등 눈 현상이 나타나면 공식적으로 첫눈으로 발표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기상청이 서울 지역 첫눈의 근거로 삼는 것은 종로구 송월동 기상관측소 당직자의 육안 관측 결과이기 때문에 같은 시각 서울의 다른 동네에는 실제로 눈이 내리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
작년 당직 관측자였던 기상청 직원은 "당시에는 내가 보기 전에 다른 동네에서 눈이 왔다는 제보 전화가 먼저 왔다"며 "동네마다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러다 보니 '첫눈 이벤트'를 마련했던 업체들도 혼란에 빠졌다.
서울 지역에 첫눈 오는 날을 맞추는 고객에게 경품을 제공하기로 했던 한 운동보조기구 업체는 "이런 이벤트는 첫눈이 와서 들뜬 분위기를 노리는 것인데 왔는지 말았는지 애매한 첫눈이라 당첨자를 선정해야 할지 내부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한 의류업체는 아예 '적설량 1cm 이상이 첫눈' 이라는 자체 기준을 세웠다. 이 업체 관계자는 "몇 년간 기록을 보니 첫눈이 슬쩍 지나간 경우가 많아 애매한 상황을 피하려 적설량을 기준으로 삼았다"고 말했다.
모호한 첫눈이라는 시민반응과 달리 이날 트위터리안들은 '첫눈 오는 날 만나자'는 정호승 시인의 시를 가장 많이 인용했다.
박우진기자 panoram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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