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의 허를 찌르는 전략과 철저한 보안 유지의 결과다."
22일 한나라당의 전격적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처리를 놓고 한 당직자는 이렇게 자평했다. 실제 이날 FTA 기습처리는 치밀하게 짜여진 각본에 의한 것이었다.
한나라당 지도부는 전날 저녁 이미 한미 FTA 비준안의 단독 처리 방침을 굳혔다고 한다.
홍준표 대표는 전날 오후5시30분쯤 황우여 원내대표와 이명규 원내 수석부대표를 만나 "한미 FTA를 조속히 처리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분위기를 띄웠고, 황 원내대표는 "내일(22일) 오전 민주당 김진표 원내대표와 마지막 협상을 하고 안 되면 바로 처리하도록 하자"고 답하며 의견을 조율했다. 기습 처리 전략의 밑그림이 그려진 것이다.
여당 지도부가 이런 전략을 짜게 된 배경에는 야당 당직자들의 국회 본회의장 앞 로텐더홀 점거설이 결정적이었다.
당초 21일 오전까지만 해도 22일 오후에 열리는 의원총회는 실제 복지 예산 등 정책을 논의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게 정설이다. 그러나 "야당 측이 23일 오전부터 로텐더홀 점거에 나설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면서 지도부가 속전속결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고 한다. 야당 측의 점거가 시작되면 무력 충돌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D-데이를 이날로 앞당겼다는 것이다.
홍 대표와 황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을 비롯한 지도부에 이 같은 방침을 전달했고 나머지 의원들에게는 오후 2시 의총이 열린 이후 '당일 처리'계획을 알렸다.
황 원내대표는 오전에 지방 출장중인 박희태 국회의장을 대신해 윤원중 국회 비서실장과 직권상정 문제를 논의했다. 황 원내대표는 오전 11시쯤 김 원내대표와 마지막 협상을 가졌지만 진전이 없자, 낮 12시 박 의장에게 전화로 직권상정을 요청하면서 FTA 비준안 처리 작전을 시작했다.
신정훈기자 h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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